국민연금 '케레스타' 투자 적정성 논란

↑동대문 '케레스타'.

　서울 동대문의 쇼핑몰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비즈니스호텔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에 투자한 국민연금이 도마에 올랐다.

'케레스타'는 상가임차인들의 보증금문제 등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공매 과정에서 무려 18차례 유찰됐을 만큼 투자자들에겐 골칫거리로 인식된 곳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공공적 성격을 염두에 둬 수익률 뿐 아니라 '평판' 관리에 중점을 뒀음을 감안하면 이같은 악성사업장에 투자한 결정을 두고 비판이 제기됐다.


　16일 부동산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투자한 파인트리자산운용의 NPL(부실채권)사모펀드는 지난해 말 '케레스타'를 비즈니스호텔로 변경하기 위해 1257억원에 인수했다.

당초 '케레스타'의 감정가가 4419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7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사들인 셈이다. 그만큼 '케레스타'는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탓에 투자자 유치에 난항을 겪은 곳이다.

　'케레스타'는 모기업인 거평건설이 외환위기로 부도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인들의 권리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이후 정상화를 위해 경남은행에서 3200억원의 대출을 받았으나 이를 주도한 상인이 사기혐의로 구속되면서 설상가상에 빠졌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펀드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인수했으나 케레스타 임차인의 모임인 프레야임차인채권자연합회 측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며 강도 높은 시위를 벌이는 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월 NPL 투자를 목적으로 파인트리자산운용에 1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대상을 미리 확정하지 않고 자금을 맡기는 '블라인드' 방식의 투자였다.

　국민연금이 브라인드펀드의 구체적인 투자대상 선정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공익적 성격이 강한 국민연금이 이처럼 임차인의 생존권이 걸려 장기 표류하는 사업장에 선뜻 투자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부동산투자 관계자는 "'케레스타'의 경우 관광객이 몰리는 동대문 상권이라서 임차인 보증금문제만 해결되면 비즈니스호텔의 사업성은 높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의 평판을 해칠 수 있어 대부분 운용사가 투자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대표는 "이런 사업장은 임차인 권리문제를 먼저 풀고 투자를 하는 순서지만 국민연금 쪽은 먼저 인수한 뒤 해결하려고 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며 "그동안 국민연금이 추구한 투자흐름에 비춰보면 무리한 의사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은 2000년대 초반 해외자금을 받아 국내 NPL에 투자했으며 국내투자자 모집을 위해 2010년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았다. 현재 운용규모(펀드, 투자일임 포함)는 6650억원으로 소형 자산운용사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분산투자 차원에서 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NPL의 특성상 여러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파인트리자산운용은 금융투자업 인가 전에 이미 NPL 투자에서 전문성을 입증받은 곳"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