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너머의 도전, 나이 들어도 어깨폅니다"

"마흔이 넘어 갑자기 공부가 하고 싶고 뭔가에 도전하고 싶어졌어요. 재미로 시작한 공부가 이제는 나이 들어서도 써먹을 수 있는 든든한 무기가 돼 있더라고요."

이호균 한국은행 조사국 관리총괄담당 차장(사진)은 겉보기엔 평범한 직장인이다. 자식을 키우며 노후를 걱정하지만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하는 여느 직장인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국내 여행업 관련 자격증'을 모두 취득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 차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통역 분야의 유일한 국가공인자격증인 관광통역안내사(영어)를 취득했다. 관광통역안내사는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유망 직종으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내여행안내사, 국외여행인솔자 자격증도 갖고 있다.

얼핏 보기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이드'를 업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의 자격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국사, 관광학개론, 관광법규, 관광자원해설 등을 두루 공부하고 영어까지 능통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과정이 아니다.

이 차장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도 수준급이다. 모두 마흔 이후에 쌓은 실력이다. 중국어는 2010년에 중앙대가 주최한 중국어 말하기 대회에 최연장자로 도전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사이버한국외대 일본어과 3학년 학생으로 일본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에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2005년 겨울에 마흔 넘은 나이로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어요. 중국여행을 많이 다녔었는데 관심이 자연스럽게 여행전문가로 옮아가면서 이것저것 공부하다보니 퇴직하고 나서의 삶도 준비가 되더라고요."

이 차장의 공부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중국어를 배우면서 한자능력시험 1급도 땄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에도 도전해 합격했다. 최근에는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국사를 재미있게 풀어 가르쳐주는 강의를 하기도 했다.

취미로 시작한 공부가 든든한 무기이자 장기가 되니 가족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아내도 "꾸준히 공부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런 자격증들을 다 딸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열혈' 아버지를 둔 아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 차장은 요즘 고등학교 동창들과 '두다스'라는 이름으로 밴드활동을 하며 중국어, 일본어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지금은 겸업을 할 수 없다는 내규 때문에 자격증을 당장 써먹는다거나 할 순 없지만,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퇴직 후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합니다. 밴드활동도 열심히 해서 음악봉사도 하고 싶고요. 앞으로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