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대한상의 취임 1년, 달라진 대한상의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그룹 회장)이 올해 초 남대문로 대한상의 회관 20층 회장실에서 상의의 주요 신년구상과 사회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상공인의 경제적 지위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도 높이는데 역점을 두겠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박 회장이 2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박 회장의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대한상의가 회원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익단체라는 이미지가 확연히 바뀌고 있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특히 박 회장이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 덕분에 재계 ‘맏형’ 다운 모습을 되찾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 “국익 위해 할 말은 한다”= 대한상의의 파격적인 변신은 무엇보다 ‘국익’을 우선시 하는 박 회장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그는 정부, 국회와의 소통의 장을 만드는데 앞장섰고 민감한 이슈에 있어서도 무조건 회원사의 이익을 쫓지 않았다. 사회 전체적인 이익, 나아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시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말 전기료 인상과 올해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담긴 기업소득 환류세제다.

박 회장은 전경련 등 대부분의 재계단체가 반발했던 전기료 인상 문제와 관련 “재계가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소신을 밝혔다. 또 사실상 ‘법인세 인상’이라며 비판받은 기업소득 환류세제도 “한시적인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제한적인 수용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또 재계단체 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정부 고환율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정년연장 등 노동계 현안과 관련해선 “기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해법은 대화와 타협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의가 중요한 경제현안과 이슈마다 어느 한쪽에 치우지지 않겠다는 스탠스를 분명히 한 셈이다.

◇ 상의 대표성, 공신력, 효율성 강화= 박 회장은 지난 1년간 상의의 대표성과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일에도 매진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상공회의소 회장단을 20명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영입했다. 현 회장은 상의 출범 이후 회장단에 포함된 최초의 여성 기업인이 됐다. 분야별 회장단 확대와 함께 상의 대표성을 높힌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 올해 2월 경제, 기업정책, 노동, 환경 등 7개 분야 전문가 40명으로 ‘정책자문단’을 만든 배경도 “어떤 주장을 할 때 한쪽에 치우지지 않고 신뢰할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자”는 박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박 회장은 조직 내부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했다. 기존 49개팀을 기능별로 42개로 통폐합하고 경제연구실을 신설해 중장기 연구기능을 강화했다.

홍보 활동에 있어서도 이슈별로 '단발성 목소리 내기'를 지양하되 공신력을 갖춘 통계자료를 적극 활용해서 논리성를 갖추도록 독려했다. 내부 인사평가시스템도 목표, 달성방법을 설정해 종전보다 한층 합리화시켰다는 평가다.

◇ 활발한 대외활동, 정부와 소통강화= 박 회장은 취임 후 지구 10바퀴가 넘는 비행거리를 오가며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순방길마다 빠짐없이 동행하면서 민간 경제 가교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 회장은 지난해 5월, 6월 두산그룹 회장자격으로 미국과 중국 경제사절단에 동행해 박 대통령을 수행했고 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작년 8월 이후 베트남, 인도네시아, 프랑스, 영국, 벨기에 경제사절단을 이끌었다.

올해에도 1월 인도 경제사절단, 3월 독일, 6월 우즈베키스탄 경제사절단을 주도하면서 양국 경제인사 회동 등 공식행사를 무난히 치러냈다.

박 회장의 이 같은 대내외적인 노력으로 상의의 위상이 최근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 중소·상공인을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에서 어느덧 전경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재계 대표단체로 위상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대통령 순방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신뢰관계가 구축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회장이 부임 후 지속적으로 정부와 재계의 소통과 팀워크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와 다양한 대화채널을 만드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향후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규제완화’, ‘내수활성화’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오는 10월 예정된 ‘전국규제지도’를 통해 지역별 투자를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요인을 점검하고 기업 시장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사후 규제’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특히 박 회장은 조만간 개최될 예정인 박근혜 대통령 주재 2차 규제완화 끝장토론에 참석해 지역 상공인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 6월 발표한 ‘내수활성화를 위한 10대 정책 제언’을 구체화하는 한편 △의료산업 규제완화 △정년 60세 의무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 △배출권거래제 및 화평법·화관법 등 첨예하게 대립중인 문제해결을 위해 사회적 중지를 모으는 일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상의 직원들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조직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일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