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 하나로 18년만에 만들다, '대한민국 앱스타의 꿈'

스노우패밀리 박정주 대표/사진=최부석 기자

18년 만에 첫 게임을 만들었다. 온라인 게임, 아케이드 게임 등 15년간 게임을 개발했지만 단 한 번도 게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지금의 게임사를 창업한 것이 3년 전인 2011년 7월. 모바일 AOS(공성대전) '가디언스 리그'는 22개월의 개발기간 끝에 출시됐고 3개월 만에 5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박정주 스노우패밀리 대표는 게임개발에 있어서는 '인간승리'를 일궈낸 앱스타다. 박 대표의 시작은 18년 전 부산의 한 대학교 연구실이었다. 시작은 야심찼다. '리니지', '바람의 나라'와 같은 온라인게임이 등장했을 때 3D 온라인게임을 만들어보자고 프로그래머 5명이 의기투합했다. 2년간 매달렸지만 게임은 완성되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3D 그래픽 디자이너를 구하지 못한 것은 패기만만한 젊은이들의 경험미숙 탓이었다.


첫 실패를 겪은 뒤 14년 전인 2000년, 박 대표는 서울로 상경했다. 선배의 소개를 받아 취직했으나 머무를 공간은 없었다. 박 대표는 "1년간 회사 사무실 카펫 위에 침낭을 깔고 생활했다"며 "샤워 시설은 헬스장으로 대신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개발도 익숙해지고 나름 침낭 생활도 청산해 서울 생활은 차츰 핑크빛이 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에 새롭게 합류한 실력 좋은 개발자가 주로 사용하는 개발툴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최신 개발툴이었다. 새로운 개발툴을 잘 다루지 못한 박 대표는 버텨내기 힘들었다.

다시 옮긴 회사는 반월 공단에 있었다. 사격 시뮬레이터를 만드는 곳. 군인, 경찰 등의 훈련용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게임과 달리 실제 총에 레이저를 달고 훈련 공간에 적외선 카메라 등을 설치해 실제 총이 발사되는 궤적 등을 구현해내야 하는 작업이었다. 일종의 게임개발이지만 과정은 조금 달랐다. 프로그래밍만 해서는 만들 수 없는 작업이었기에 웬만한 전기배선 공사까지 익히게 됐다. "나는 게임개발에 소질이 없다"며 다시 포기할 상황이었다.


그 무렵 사격 시뮬레이터를 만들 당시 함께 일했던 사업부 이사가 창업을 한 뒤 박 대표에게 합류를 제안했다. 얼떨결에 팀장이 됐고 다시금 사격 시뮬레이터 개발에 매달렸지만 이 역시 성과는 없었다.

회사를 나온 박 대표는 함께 했던 팀원들과 창업했다. 서울 상경 11년 만이다. '우리의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일념 하나였다. 스노우패밀리는 험한 인생을 살아온 박 대표가 '결국에는 웃어보자'는 의미로 만든 사명이다.

박 대표는 "어렸을 적 눈싸움을 하면 마지막에는 결국 눈사람을 만들고 끝난다"며 "눈사람의 웃는 모습처럼 우리도 마지막에는 웃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18년 만에 탄생한 첫 게임은 현 대한민국 최고 모바일게임사로 분류되는 넷마블을 통해 퍼블리싱(유통)됐다. 소위 말하는 '대박' 게임은 아니지만 첫 스타트를 잘 끊은 셈이다. 올 5월에는 '대한민국모바일앱어워드2014' 으뜸앱까지 수상했다. 그의 사무실 접견 테이블 한쪽에는 자랑스러운 트로피가 놓여있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끈기로 조금씩 나아졌듯 앞으로도 성공할 때까지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