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세상 만들어달라"…아파트 경비원 추모

(서울=뉴스1) 오경묵 기자 =

9일 오전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이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앞에서 분신한 경비원 이모씨에 대해 입주민대표자회의 사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2014.11.9/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등으로 구성된 '경비노동자 장례위원회'는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현대아파트 앞에서 '경비노동자 이모 열사 추모 및 노동인권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이모 경비원에게 폭언을 퍼부은 주민 A씨의 사과와 입주자대표회의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을 재차 요구했다.

이씨는 지난달 7일 아파트 단지 내에서 분신을 기도한 이후 한 달간 세 차례의 수술을 받았으나 지난 7일 끝내 숨졌다.

이들은 "가해자가 있고 책임질 사람들이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 경비원은 가슴에 맺힌 응어리와 한을 끝내 풀지 못하고 운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해 입주민의 진실한 사과, 입주민을 대표하는 입주자 대표회의의 공식적 사과 등만이 이 경비원의 혼을 달래고 편히 떠날 수 있게 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입주자 대표회의는 사건 처음부터 문제를 방치해왔고 심지어 '재발방지 대책도 논의할 수 없다, 이런 일이 두 번 세 번 일어난다 해도 상관없다'는 말조차 서슴없이 했다"며 "형식논리를 내세우며 면피하는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가해자·입주민대표·용역회사가 공동으로 유족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책임지고 입주자 대표회의와 공동으로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이 경비원을 떠나보낼 수 없다"며 "입주민 여러분들도 신현대아파트의 명예와 자존을 위해 이 경비원과 함께하는 일에 뜻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고인의 부인 유모씨는 위원회를 통해 공개한 육성에서 "남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잘 지내겠다"며 "'고용안정'이라는 남은 이들의 요구를 들어달라. 경비노동자가 사람대접 받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이화민 서울일반노조 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경비노동자도 사람이지만 입주민 대표와 용역회사 대표는 강아지로 봤을지도 모른다"며 "당신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가장 낮은 노동자의 힘으로 (사회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며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 그것만이 이 경비원의 한을 녹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선인 전국지역일반노조협의회 의장은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며 (단지 안에 있는) 분향소를 치우라고 하는 게 잘사는 동네의 상식이냐"며 분노했다.

집회에 참여한 이들 200여명은 집회를 마친 뒤 신현대아파트로 행진해 분향소를 찾아 분향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