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마트화재' 대형 피해 막은 경력 37년 경찰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양주(경기)=강기준 기자

지난 1일 오후 4시55분쯤 경기 양주시 만송동의 한 마트에서 김모씨(50·여)가 몸에 기름을 붓고 분신을 시도해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뉴스1

지난 1일 오후 4시55분쯤 경기 양주 한 마트에서 사장과 실랑이를 벌이던 한 50대 여성이 분신했다. 당시 마트에는 30여명 가량의 점원과 손님이 있었지만 37년 경력의 이봉식 고읍파출소 팀장(60·사진)의 신속한 대응이 대형 참사를 막았다.

이봉식 팀장은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팀장은 "오후 5시가 교대시간이기 때문에 파출소에서 나가려던 순간 갑자기 일이 터져서 긴박하게 출동했다"며 "마트 주인이 '사무실에 누군가가 들어가서 안 나온다'고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봉식 고읍파출소 팀장

신고를 접수한 이 팀장과 고읍파출소 순경들은 현장에 도착해 사무실로 향했다. 신고접수 3분후였다. 마트 건물 뒤편에 가건물로 만들어진 5평 남짓 크기의 사무실의 입구는 하나였고 굳게 잠겨있었다.

이 팀장은 다른 진입로를 찾기 위해 마트를 통해 들어가 사무실 가까이 간 순간 가스 냄새를 맡았다. 순간적으로 "아, 빨리 대피시켜야겠다"고 직감한 이 팀장은 마트 업주에게 가서 모두 대피켜야 한다고 급하게 말했다.

업주는 "영업을 해야 하는데 무슨 대피냐"고 항의했다. 업주뿐만 아니라 마트 내에 있던 손님과 점원들도 '무슨 일 있겠어'라는 생각으로 방관하고 있었다. 당시 마트에서 근무하던 A씨는 "냄새를 맡았지만 다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무슨 영업입니까"라고 외치며 "당장 모두 대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는 일분일초가 치명적"이라고 생각했다. 놀란 마트 직원과 손님 20~30여명이 모두 대피했고 경찰 지시에 따라 주차장 차량도 모두 뺐다.

이 팀장은 이렇게 5분만에 마트 내 사람들을 전원 대피시킨 뒤 무전으로 구급차와 소방차를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보내고 소방차가 잘 진입할 수 있도록 인근 교통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화재나 폭발의 기미가 보이기도 전이었다.

소방차가 도착하고 경찰저지선을 마트 인근에 치고 나서야 '펑'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샌드위치 패널로 된 마트 건물을 타고 불이 빠르게 번졌지만 미리 현장에서 대기하던 화학소방차 덕분에 마트는 완전히 소실되지 않을 수 있었다.

경찰 근무만 올해로 37년 5개월째라는 이 팀장은 "빠르게 현장에 출동한 뒤 소방 등에 연락해 협조한 덕에 더 큰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