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발 대형마트 가격전쟁 시작되나

500개 신선식품 가격을 10~30% 인하에 나선 홈플러스 매장 전경 / 사진제공=홈플러스

#11일 밤, 이마트 (64,700원 ▲800 +1.25%) 행사전단을 확인한 오세웅 홈플러스 과일팀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홈플러스는 딸기 1상자(1.4kg)를 종전가보다 35% 인하한 1만 원에 팔 계획이었는데 이마트가 1.4kg 기준으로 8976원(1.7kg, 1만900원)으로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오 팀장은 곧장 딸기 담당 전형욱 바이어(과장)를 호출했다. 오 팀장과 전 과장은 격론 끝에 신선식품 가격할인 시작부터 이마트에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딸기가격을 종전보다 1200원 더 낮추기로 했다. 이미 인쇄가 끝난 전단을 고칠 수 없어 급한 대로 12일 비상연락망을 통해 개장전 매장 광고물과 가격표 긴급 수정을 요청했다.

홈플러스 발 대형마트 가격전쟁이 제대로 불 붙었다. 홈플러스가 창립 16주년 기념행사를 시작으로 신선식품 500개 품목 가격을 최대 30% 할인하기로 하자 이마트 (64,700원 ▲800 +1.25%), 롯데마트도 자존심을 건 맞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3사는 경쟁사 할인 정보가 담긴 홍보 전단지를 사전 입수해 밤새 수차례 가격 조정에 나섰고 영업이 시작된 이후에도 추가 가격인하에 나서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홈플러스 "마진 1000억 포기, 무조건 싸게 팔아라"=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10일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이 공언한 대로 500가지 주요 신선식품 가격을 시세보다 10~30% 할인판매하기 시작했다.

자체 마진을 줄여 가격만큼은 경쟁사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홈플러스는 이를 위해 수익 1000억 원을 기꺼이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의 가격 인하에 이마트, 롯데마트가 대응에 나서고 다시 홈플러스가 추가 가격인하에 나서면서 일부 품목의 경우 할인율이 당초 계획했던 10~30%를 훌쩍 상회했다.

홈플러스는 1등급 한우의 경우 100g당 4320원으로 당초 계획(4600원)보다 200원 이상 더 낮췄다. 종전가 대비 할인율은 43.7%에 달했다. 대형마트 1위 이마트의 반격도 매서웠다. 홈플러스가 이마트 행사가에 맞춰 가격을 낮추자 영업시간 중 추가 가격인하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마트는 이날 홈플러스 전단에 나온 품목 중 24개 중 4품목을 제외한 20개 품목 가격을 추가로 낮췄다. 롯데마트도 전단행사를 통해 가격대응에 나섰다.


◇마트 실시간 가격경쟁…"소비심리 불 지필까"=대형마트들의 가격 경쟁은 실시간으로 이어졌다. 이마트가 한우 등심 가격을 홈플러스(4320원)보다 낮은 4300원으로 내리자 홈플러스도 4290원으로 응수했다.

'씨없는 청포도' 역시 이마트가 1.36kg 가격을 7800원으로 낮춰 100g당 가격을 홈플러스보다 싼 573.5원까지 떨어뜨렸다. 홈플러스도 100g당 546원으로 가격을 재조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주요 품목 가격이 경쟁사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경쟁사들이 본격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필요하면 추가 인하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롯데마트도 경쟁사 가격정보 상시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대형마트들이 가격경쟁에 뛰어들면서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는 계기가 될지도 관심이다. 대형마트 3사가 지난 3일 삼겹살데이를 앞두고 삼겹살 가격 경쟁을 펼친 덕에 삼겹살 매출이 전주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전례가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업의 본질이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 인 만큼 이번 가격경쟁이 소비자들의 장바구니를 가볍게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가격 경쟁으로 마진이 줄더라도 결과적으로 소비가 늘면 국가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