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사춘기를 잠재운 마법같은 시간…자유학기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국제회의실에서 '자유학기제, 학부모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자유학기제 포럼'이 진행됐다. /사진=정봄 기자

"아이가 좋은 직장에 들어가 풍족한 삶을 살기 바라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도 괜찮아요. 그것이 우리 아이가 원하는 거라면요."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자유학기제. 직접 체험하는 학생이나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자유학기제 시행에 대한 의미는 남다르다.

자유학기제 연구·희망학교 학부모들 대부분은 자유학기제 자체에 대해 만족을 표하며 아이들이 행복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으로는 아직은 부족한 직업 체험처를 확보하고 좀더 세심하게 직업 교육을 신경써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교육개발원(원장 백순근, KEDI)과 인천시교육청(교육감 이청연)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국제회의실에서 ‘자유학기제, 학부모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제7차 자유학기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및 희망학교 학부모들이 참석해 감상을 나누고 성공적인 자유학기제 성사를 위한 방법을 논의했다.

“자유학기제가 덩치 큰 소년의 사춘기를 잠재웠어요.”


인천 부평동중 학부모 김현희 씨는 또래 친구보다 덩치가 큰 아들의 갑작스러운 반항에 당황했다. 딸같이 친하던 아들이 혼자서 우울해하고 방문을 꽝 닫는 등 반항도 심해졌던 것이다. 그러던 아이는 중학교 2학기 자유학기제를 겪고 나서는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았다. 김 씨는 "갑자기 반항을 하며 문을 쾅 닫고 방안으로 들어가던 아이가 자유학기제를 진행한 이후 꿈을 찾았다"며 "현재 아들은 공군사관학교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인천중 학부모 나성심 씨도 달라진 아이의 모습에 흡족해 했다. 그는 "아이와의 대화가 게임 이야기나 공부가 아닌 다른 이야깃거리로 풍성해지더라"며 "자녀가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삶을 살더라도 그 삶이 아이가 원하던 삶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수서중 학부모 홍진표 씨 역시 "자유학기제 시행 이후로 아이가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아직 제도 도입 초입단계여서 한계도 존재했다.

홍진표 씨는 "댄스가수가 되려고 일찌감치 꿈을 정한 아이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듣지 못하고 흥미없는 체험을 억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결정된 진로를 구체화하고 보충할 수 있는 전문적인 교육도 필요하다는 것.

경기 천보중 학부모 이영선 씨도 "현재 개설된 대다수의 직업 체험프로그램은 현재 존재하는 직업군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들 중 많은 직업들은 이후에는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인데, 거기에 매달려 견학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현장 직업체험 프로그램임에도 이론적이고 원론적인 내용이 대다수인 몇몇 진로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서울 방학중 학부모 전미영 씨는 신문사에서 받은 체험학습 프로그램 경험을 되돌아봤다. 그는 "이론을 학교에서 이미 배우고 신문사를 방문했는데, 현장에서도 똑같이 화상 수업 및 강의만 들어서 실망했다"며 "구체적으로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자유학기제를 위한 진로 관련 강의를 대부분 기간제 교사가 담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성심 씨는 "외부기관보다는 학교 자체적으로 진로교육을 소화하는게 바람직하다"며 "대다수의 관련 교사들이 기간제라 불안정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부모도 해마다 바뀌는데 노하우를 가진 교사까지 바뀌면 진로교육의 질이 제자리 걸음만 할 것"이라며 "정규직으로 교사들을 많이 채용하면 좋겠다"고 진로교육 강사진의 안정적인 채용을 주문했다.

또한, 한국교육개발원 백순근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 학부모처럼 자녀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부모들은 드물다"며 "자유학기제에 대한 고민과 개선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해 달라"고 참석한 학부모들에게 전했다.

사회를 맡은 인천광역시 송윤숙 장학사는 "학부모들의 열정과 헌신은 내 아이들이 행복하기 바라는 간절함 덕분"이라며 "오늘만 아니라, 내일도, 미래도 내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살길 바라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학기제가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좋은 양분이 되길 바란다"고 자유학기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자유학기제를 내용으로 한 학부모 뮤지컬 공연도 펼쳐졌다. 이날 공연을 한 경기 신길중 학부모지원단은 중학교 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꿈을 찾아 나아가는 아이들이 행복하길 희망하는 마음을 담아 뮤지컬로 표현했다.

경기 신길중 학부모지원단이 이날 포럼에서 자유학기제를 주제로 뮤지컬 공연을 선보였다. /사진=정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