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금품로비' 홍준표 "수사기록 공개하라" 검찰과 신경전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 /사진=이기범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사망)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준표 경남도지사(61) 측이 일부 수사기록을 공개할지에 대해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수사기록과 관련된 여러 서류는 증거로 채택될 수 없는 내부 의견과 관련된 서류"라며 "(기록을 공개할 경우) 재판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부분의 수사기록 내용이 이미 증거로 제출한 조서에 포함돼 있어 굳이 추가로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선 절차에서 홍 지사 측 변호인이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요청한 데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서류들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방어권 보장과 연결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는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지사 측 변호인은 "기록을 공개하면 증거로 제출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증거 가치가 있는지를 변호인단도 확인하려는 것"이라며 "어떤 과정에서 수사가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그 신빙성을 탄핵할 수 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홍 지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검찰 측에 필요한 서류를 공개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증거기록을 열람·등사하는 것은 피고인의 권리"라며 "증거능력이 있는 내용인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윤모씨(구속기소)가 쇼핑백에 담아 가져온 성 전 회장의 현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홍 지사가 경선 자금 명목으로 이 돈을 받았고, 성 전 회장은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두고 금품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이후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지난 4월 정치권 인사 8명의 이름과 금품 액수로 추정되는 숫자가 적힌 쪽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어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한 일간지와 나눈 인터뷰 내용까지 공개되며 정치권 로비 의혹이 불거졌다.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은 이 전 총리를 비롯한 몇몇 인사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