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성과연봉제 도입 보류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서울시가 29일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울메트로 등 산하기관 노조 요구대로 노사 합의로 결정키로 하면서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성과연봉제 도입은 노사 합의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정부의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정을 함에 따라 정부가 역점으로 추진해왔던 공공기관 개혁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는 이같이 결정한 이유에 대해 "시민 불편을 줄이고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를 사전에 막기 위해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결정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각 기관 별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협상에 나서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합의 배경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시장은 지난 28일 관훈토론회에서 "공공기관, 병원, 학교, 은행, 공기업에 있어서 성과급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성과연봉제를 놓고 노사갈등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는 소통을 늘리고 지나친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노사간 자율적이고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의견수렴이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과연봉제는 매우 민감하고 직접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노사동의 절차 없이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추진할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야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박 시장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조 등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