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늘어난 주택시장…아파트 초기분양률 70%→90% '껑충'

@머니투데이 최헌정 디자이너

지난해 70%대에 머물렀던 초기분양률이 최근 90% 가까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분양률이란 분양게시일 이후 3~6개월 사이의 계약률을 의미한다. 청약경쟁률과 함께 실제 아파트의 분양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중요 지표로 해석된다.

서울, 수도권 뿐 아니라 분양에 애를 먹었던 지방의 초기분양률도 크게 개선됐다. 정부의 '11.3' 대책 이후 투기 수요가 걷히면서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민간아파트 초기분양률은 88.2%로 전분기대비 2.4%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1분기(78.6%)보다는 9.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 99.9% △경기 86.9% △지방 5개 광역시 및 세종시 97.7% △기타지방 82.9% 등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초기분양률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난해 기타지방(5개 광역시 및 세종시 제외)의 초기분양률은 △1분기 76.6% △2분기 66.8% △3분기 55.7%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73.8%)부터 회복세로 돌아서 지난 1분기에는 80%선도 회복했다.


지난해 1분기 초기분양률이 46.1%였던 대구는 지난 1분기 100%를 기록하며 전화위복했다. 광주 역시 전년 동기대비 40.8%포인트 상승한 87.1%의 초기분양률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초기분양률을 아파트 분양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본다. 통상 분양게시일 이후 6개월이 넘어가면 수요자의 관심도가 줄면서 미계약분이 소진되는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분양업체들도 이런 이유로 분양 초기 각종 이벤트와 홍보로 계약률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한다.

분양 열기가 뜨거웠던 2015년에는 전국적으로 초기분양률이 80%대 이상을 기록했다. 청약경쟁률도 덩달아 상승했다. 하지만 단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 역시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분양 열풍에 편승해 청약을 넣었다가 막상 당첨된 뒤 계약금을 내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초기분양률의 하락이 불가피했다. 지난해 1분기 전국 초기분양률(78.6%)은 전분기보다 8.5%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역시 각각 70.5%, 72%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2015년보다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정부의 '11.3' 대책이 시행된 지난해 4분기 초기분양률이 85.8%로 급증하면서 회복세로 돌아섰다. 1순위 청약요건과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한 '11.3' 대책으로 실수요자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청약요건 등을 까다롭게 하니 청약자 중 실수요자 비율이 늘고 그만큼 초기분양률이 높아진 것"이라며 "최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주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미분양도 점차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다. HUG 관계자는 "지난해 말 사업성이 좋은 지역 위주로 분양이 이뤄진 것도 초기분양률이 높아진 요인 중 하나"라며 "미분양물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