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도 가능한 외화송금, 증권사만 빗장

A씨는 해외펀드를 환매한 뒤 수익금 일부(달러)를 해외에서 유학 중인 자녀에게 송금하려고 증권사를 찾았다. 하지만 증권사는 외화 송금 업무가 불가능한 탓에 A씨는 돈을 찾아 은행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긴 마찬가지다. 해외주식을 사려면 달러로 송금해야 하기 때문에 증권계좌 외에 은행계좌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식매매 수수료와 외화송금 수수료를 이중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증권사는 외국환거래법상 일반 환전과 외화 이체 업무를 할 수 없다. 지난달 18일부터 벤처기업인 핀테크(FinTech) 업체마저도 외화송금이 가능해졌지만 유독 증권사만 빗장이 걸려 있는 셈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일반 환전과 해외 외화 송금 제한 등을 대표적인 금융투자업계의 불합리한 규제로 판단, 기획재정부에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해외 주식을 매매하거나 해외펀드, 역외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을 거래하는 소비자가 외국환거래법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외환시장 중장기 발전 방안' 중 하나로 환전과 외화 이체 업무를 금융회사에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어 당시 명분을 살려 조만간 정부에 개정안을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전의 경우 지난해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으로 비금융회사의 외국환업무가 확대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증권사 환전에 대해 '금융투자업자의 업무와 직접 관련된 환전업무만 가능'하다고 모호하게 돼 있어 혼란이 가중된다.

이 때문에 일선 증권사 지점에선 해외펀드에 투자한 돈을 원화로 단순 환전해 달라는 고객 요구를 '금융투자업자의 업무와 직접 관련된 업무'인지를 놓고 해석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 차원의 유권해석이 없어 대다수 증권사는 해당 업무를 금지하고 있다.

기업의 불편도 적지 않다. 수출기업이 해외 거래처로부터 받은 거래대금(달러) 일부를 환율 변동을 대비해 환헤지 하려면 증권사와 선물환 매도 계약을 맺고 나머지 현물환 환전은 은행에 가야 한다. 원스톱 거래가 불가능해 증권사의 선물환 상품 판매가 저조한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외화자금 유출입이 외환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외화유동성 비율 규제를 받고 있고 2년 전부터 은행에만 부과하던 외환건전성 부담금도 내는 등 은행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정현 금융투자협회 법무지원실 변호사는 "과거 증권업계가 CMA(종합자산관리계좌)의 금융결제원 지급결제망 참여를 추진하자 은행권이 시스템 불안정을 명목으로 강력 반대했다"며 "결과적으로 결제시스템 불안은 발생하지 않았고 업권간 경쟁을 자극해 수시입출금 통장에 하루치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 늘어나는 등 소비자 편익이 증가한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