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대출한다던 인터넷은행, 우량고객 땅따먹기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당초의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모바일뱅킹·수수료 ·금리 등 기존 은행권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는 '메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인터넷은행의 도입 배경 중 하나였던 중금리대출 시장 창출이란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9일 은행연합회 은행별 가계대출금리 비교공시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지난 6월 일반신용대출 평균 대출금리는 3.76%를 기록했다. 국내 17개 은행(시중은행, 지방은행, 국책은행 포함) 가운데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월 신용대출 금리가 가장 낮은 NH농협은행의 대출금리인 3.46% 보다는 소폭 높지만 우리은행 3.71%, 신한은행 4.14%, KEB하나은행 4.43%, 국민은행 4.29% 등과 비교해 봤을 때 고객들에게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낮은 금리의 혜택 대부분이 CB등급 1~3등급에 해당하는 고신용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신용등급 4~7등급(CB사 기준)에 해당하는 중신용자들은 시중은행 금리와 비교했을 때 케이뱅크 신용대출이 매력적이지 못하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출범할 때만 해도 중금리대출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용하는 사람들은 고신용자가 많다"며 "지켜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기존 시중은행들과 고신용자 대출시장을 나눠 먹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케이뱅크의 신용대출을 이용한 고객들의 평균 신용등급(CB사 기준)은 지난 4월 3.6등급에서 지난 6월 2.8등급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 6월 기준 평균 CB등급은 17개 은행 가운데 3번째로 낮다. 은행연합회가 대출금액을 가중평균해서 이용고객의 평균 CB등급을 산정한다는 걸 고려하면 1~3등급 비중이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은행의 강점 중 하나인 낮은 대출금리 혜택도 고신용자에게 대부분 돌아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실제 CB사 1~3등급에 해당하는 부도율 0.23% 이하 고객들은 케이뱅크의 신용대출을 평균 연 3.06%로 이용했다. 이는 17개 은행 가운데 2번째로 낮은 금리로 우리은행 3.07% 다음이다.

하지만 중신용자들인 4~7등급을 대상으로 한 대출금리는 기존 은행권과 비교했을 때 금리 경쟁력이 높지 않다. 은행연합회가 중신용자(부도율0.85%초과~3.03%이하)에 속하는 고객들의 신용대출금리를 산출한 결과 케이뱅크는 6.85%를 기록했다. KEB하나은행 7.62%보다는 낮지만 우리은행 6.11%, KB국민은행 6.15%, NH농협은행 5.14%, 신한은행 4.96%보다는 높았다.

지난달 출범한 카뱅도 케이뱅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카뱅은 출범 13일만인 지난 8일 여신 7580억원을 달성했지만 상당수 고신용자 대출 비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금리대출을 하기 위해서는 중신용자 고객의 신용을 평가할 자체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해야 하지만 카뱅은 기존 은행이 사용하는 NICE평가정보ㆍKCB 등 개인신용정보조회회사(CB)의 정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기존 은행에서 외면받아 왔던 중신용자들을 새롭게 찾아내기 힘든 구조인 셈이다.

케이뱅크 한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 하고 있다"며 "주주사와 제휴해 앞으로 통신비 뿐만 아니라 결제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신용자 고객들을 확보하는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