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車 시장, 승자독식 구도 없다”

마이클 볼트만 히어 이사/사진=한국공학한림원

“앞으로 자율주행차(AV) 제조사 간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이 무의미해질 겁니다.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는 플랫폼이 정착될 경우 승자독식 구도는 찾아보기 힘들테니까요.”

마이클 블투만 히어(HERE) 이사는 5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래 모빌리티 사회를 가능케 하기 위해선 협력과 공조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공학한림원과 독일공학한림원이 서울서 공동 개최한 ‘4차 산업혁명-미래 산업을 만들다’ 컨퍼런스에서 특별강연 초청을 받고 한국을 찾았다.

히어는 노키아의 GPS(위지정보서비스) 매핑 서비스 회사로 출발한 독일 스마트 지도업체다. 노키아에서 분사한 후 현재 독일 BMW와 다임러, 아우디 3사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대주주다. 인텔역시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8000여명의 직원이 200여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1998년도부터 로컬맵 제작 및 관련 서비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웨어러블 기기 ‘기어S’ 시리즈에도 히어의 디지털 지도가 들어있다. 현대기아차와도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을 위한 서비스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히어가 차세대 유망주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오픈 로케이션 플랫폼’(OLP, Open Location Platform) 기술 때문이다. OLP는 각종 차량에 부착된 센서 및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는 클라우드 기반의 정보 뱅크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술 덕분에 전세계 도로·지도 정보가 실시간 수집되고 디지털 지도를 1~2초 내에 업데이트 할 수 있다는 게 히어측 설명이다.

불트만 이사는 “BMW·다임러·아우디가 보유한 데이터만으론 글로벌 시장을 모두 커버할 수 없다”고 진단하며 “전세계 AV기기 이용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전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들을 연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GM이나 일본 혼다, 현대기아차 등 다른 제조사들에게도 OLP 문호를 개방하고, 이곳에서 나온 정보를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OLP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선 개인이 소요한 커넥티드카 뿐 아니라 대중교통, 물류·운송트럭 등과도 연계하겠다는 방침이다.

OLP는 대부분의 디지털지도 업체들이 탐을 내는 모델이다. 히어의 경쟁사인 네덜란드 내비게이션 업체 톰톰도 개방형(오픈소스) 기술로 우군 확보에 열을 내고 있다. 불트만 이사는 “유럽 기업들은 규제 이슈로 아직까지 이같은 플랫폼 경제에서 크게 성공을 이룬 경험이 없다”며 “우리 회사가 보유한 플랫폼(OLP)을 흉내 내거나 따라잡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히어는 OLP를 차량용 AV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접목해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불트만 이사는 “AV는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예 중에 하나일 뿐”이라며 “OLP에 담겨진 엄청난 정보는 도소매 및 물류를 전문으로 한 로보틱스 업체, 나아가 이벤트 쿠폰 등 지역정보가 우선시 되고 있는 스마트폰 금융 등과 결합해 유용한 자원의 보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