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못 가는 쪽방촌 주민, 어떻게 도울까?" 박원순 시장의 고민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32도를 웃도는 폭염속에서 적십자사가 점심식사로 나눠주는 삼계탕을 먹기위해 줄지어 서 있다./뉴스1

지난해 8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을 찾았다가 울먹거리는 한 주민을 만났다. 지난 20년간 고향에 가지 못했는데 최근 부친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

박 시장은 그를 돕고 싶었지만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를 제한하고 있어 방법을 찾지 못했다. 구호 자선행위가 예외조항으로 돼 있긴 하지만, 고향방문 지원이 여기에 해당되는지 애매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꾸준히 쪽방촌 주민들의 복지와 자활사업을 지원해 온 현대엔지니어링에서 예산 전부를 지원하겠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서울시가 추석 명절을 맞아 쪽방촌 주민 334명의 고향방문을 지원한다. 경제적인 여건으로 한동안 고향을 찾지 못했던 이들이 고향에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향방문 비용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전부 후원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3년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쪽방촌 임대지원, 자활작업장 설립, 문화교실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2회째 열리는 이번 쪽방촌 고향방문 사업에는 지난해(144명) 보다 참가자가 2배 이상 늘어난 334명이 신청했다. 이는 전체 쪽방촌 주민(3240명)의 10.3%에 해당되는 규모로, 10명 중 1명이 시 지원을 받아 추석 귀성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서울 시내 쪽방촌은 종로 돈의동·창신동, 중구 회현동(남대문로 5가), 용산 동자동, 영등포구 영등포동 등 5곳이 있다.

고향방문 대상자는 서울시로부터 귀성차편과 숙박비, 식비, 귀경차비 등으로 사용할 여비(10만원)와 친지 방문용 선물을 받게 된다. 오는 2일 오전 9시30분 서울광장 서편에 모인 뒤 지역별로 버스 9대를 각각 나눠 타고 귀향길에 오른다.

이날 서울광장에는 박 시장과 서울시,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이 나와 배웅할 예정이다. 각 차량에는 서울시 직원 또는 쪽방상담소 직원 1명이 동승해 참가자들의 안전과 건강도 체크한다. 또 경유지별로 하차 지점인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안내하는 등 마지막 한 사람까지 귀성길을 꼼꼼히 챙긴다.

박 시장을 만나 하소연했던 쪽방촌 주민 권모씨(80)도 두 번째로 고향을 찾는다. 그의 고향 전라남도 신안군에는 95세의 형수만 고향집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오랜만에 온 시동생이 너무 반가워 신발을 감추고 내주지 않았다. 권씨는 8일간 머무르며 텃밭 농사와 가사를 도와주고,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권씨는 "그간 위암 수술을 받고 재발 징후가 보여 다시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다행히 건강을 회복해 작년에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추석 명절 서울에 남아있는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명절맞이 행사도 준비했다. 오는 10월 4일 추석당일까지 5개 쪽방촌 지역별로 합동 차례를 지내고 식사를 제공한다.

5개 쪽방촌 지역은 주민 50%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주민 월평균 소득이 67만원 수준이다. 주민 중 65세 이상 독거 노인이 30%, 장애인이 11%를 차지하는 취약계층 밀집지역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노숙자들이 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