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휴직'에 코웃음…'주5일제'도 처음엔 그랬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아빠들의 육아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대책에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아직까지 남성 육아휴직이 민간에서는 대기업 일부 직원에 한해서만 실행되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남성 육아휴직이 '주5일제 근무'처럼 제도 도입을 계기로 인식이 대폭 바뀌어 안정적으로 정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변화가 빠른 한국이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남성 육아를 활성화하기 위한 주요 정책은 두 가지다. 현재 3일에 불과한 배우자의 출산 휴가(유급)를 2022년까지 10일로 확대하는 것과 두 번째 육아휴직자(90%가 남성)에 대한 인센티브를 현재 150만원에서 내년 7월까지 200만원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아빠의 육아 참여를 늘리기 위한 것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은 올해 9월 기준 12.4%로 스웨덴(45%)이나 노르웨이(40.8%), 독일(24.9%) 등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아빠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하루 6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낮다.

이 같은 현실 탓에 이번 대책을 바라보는 아빠들의 시선은 대다수 곱지 않다. 머니투데이가 26~27일 정부 대책과 관련해 남성 직장인 50명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48명(96%)은 "제도가 도입되는 것을 환영한다"고 하면서도 이중 41명(85%)은 "현실적으로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쓰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대다수 경직된 '조직문화'를 들었다. 아직까지는 남성 육아휴직이 보편적이지 않고 회사에서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살짜리 아들을 키우는 대기업 직장인 임모씨(38)는 "예전보단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긴 했지만 눈치가 보여서 마음 편히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내가 일하고 싶어해 육아휴직을 쓰고 싶지만 승진 불이익도 걱정되고 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 직장인 윤모씨(45)도 "남성 부하직원이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면 달갑진 않을 것 같다"며 "다 쓰게 해주면 좋겠지만 쓰는 분위기도 아니고 당장 일할 사람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대기업 등 일부만 제도 혜택을 누릴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중소기업 직장인 김모씨(37)는 "여성들도 눈치보는 마당에 남성 육아휴직은 꿈 같은 얘기"라며 "어차피 중소기업은 해당 안되는 얘기라 기대도 안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현실적으론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근덕 유앤 노무법인 대표는 "정부 정책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아직까지 남성 육아휴직은 일반화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기업도 일부만 사용 중인데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쓰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를 가쁘게 바꾼다고 해결될 부분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제도 도입이 인식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도입된 '주5일제'(주 40시간) 근무다. 지금은 주5일제 근무가 보편화됐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토요일 오전 근무'가 보통이었다. 시행 초기만 해도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성 하락 등 경영계의 우려가 컸지만 비교적 잘 정착한 것이다.

지난해 퇴직한 직장인 이모씨(60)는 "토요일에 출근을 안하는 것이 무척 낯설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당연시됐다"며 "뭐든 처음이 힘든 것이니 남성 육아휴직도 잘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재국 고용노동부 서기관은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정책을 도입했는데 아직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5% 남짓이고 한국은 10%가 넘었다"며 "한국이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5년 내에 시행 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