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공짜 대중교통…시민들 "그래도 차 있으면 차 몰았죠"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이진성 기자,이원준 기자 =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018.1.16/뉴스1 © News1 이원준 기자

"카드 찍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타셔도 돼요" 버스기사 홍정민씨(가명)는 마스크를 끼고 버스에 탑승하는 승객들을 보며 손을 저었다.

서울시가 지난 15일에 이어 이틀 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고 시민들이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17일 오전, 서울 시내 곳곳에서 비슷한 모습들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길에 오른 서울 시민들은 공짜표가 나쁠 것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를 통한 미세먼지 감소 효과가 클지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악구 서울대입구역에서 만난 박승우씨(32)는 "대중교통비가 하루 몇천원인데 (대중교통 이용률 증가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하루 몇십억씩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차라리 마스크를 보급하는 게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가용 이용자의 수를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겠다는 시의 정책목표와는 다르게 시민들은 '자가용이 있다면 차를 타겠다'고 입을 모았다.


역시 서울대입구역에서 만난 50대 직장인 최인규씨는 "누가 미세먼지를 흡입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하겠냐"라며 "차가 있다면 당연히 차를 몰고 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천구 목동에서 강남 인근으로 출근하는 김모씨(30)는 "사실 차가 없는 서민들이야 어쩔수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겠지만 차가 있고 정말 미세먼지가 위험하다고 느끼면 밖에 나와서 대중교통을 타지 않고 집 앞에서 바로 차를 타고 나오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라면서 "미세먼지가 시민건강에 정말 해가 되고 비상조치를 해야 한다면 임시휴일로 지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금호동에서 상암동으로 지하철로 출근한다는 이모씨(28)의 경우에는 "상식적으로 차로 회사 앞까지 가는 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미세먼지에 더 적게 노출될 것"이라며 "만약 차가 있었으면 이런 날 대중교통을 이용 안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을 보인 16일 서울 남산 N서울타워가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2018.1.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차량 2부제로 자가용을 이용하지 못하니 택시이용자가 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안양에서 택시를 모는 김모씨는 (43)는 "월요일부터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하니까 서울로 장거리 콜이 많이 온다"라며 "고객 중에는 집 앞까지 와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 많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16일) 서울시는 1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 지역에 서울형 미세먼지(PM-2.5)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7일 출·퇴근 시간(첫차~9시, 18시~21시)에 서울시 버스나 서울교통공사 운영 지하철 노선(1~8호선), 서울 민자철도(9호선, 우이신설선)가 무료로 운행된다.

한편 지난 15일 무료 대중교통운행이 큰 실효성이 없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하철 이용객은 이전주보다 2.1%늘었으며 같은 시간대 버스 이용객도 0.4%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차량 2부제 시행에도 15일 오전 6시~9시 사이 서울 시내 교통량은 1.8%만 감소했다.

이어 대중교통 무료대책에 환승 구간이 겹치는 경기·인천이 동참하지 않아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함께 논의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비상저감조치에 따른 대중교통 무료정책으로 하루에 50억 가까운 예산이 소요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생명을 재정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와 자세의 문제"라며" 50억원이 소요돼도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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