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여관 화재' 성매매 요구 거절하자 불 질러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여관 방화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화재감식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스1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 여관 방화' 사건 방화범이 성매매를 요구했다가 거절했다는 이유로 홧김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종로 여관에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 유모씨(52)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매매를 요구했으나 거절해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이날 오전 3시8분 서울 종로구 종로5가 한 여관에 휘발유로 불을 질러 투숙객 5명을 사망하게 하고 4명을 다치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를 받는다.

유씨는 이날 오전 2시7분 여관 주인이 숙박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여관 주인은 유씨가 술에 취해 소란을 벌인다는 이유로 각각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유씨에게 "성매매·업무방해로 처벌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설득했다. 이어 유씨가 수긍하고 큰 길가 방향으로 걸어나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유씨는 귀가하지 않고 택시로 인근 주유소로 이동해 휘발유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유씨는 걸어서 여관에 도착해 이날 오전 3시8분 여관 1층 복도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력 등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합동 현장 화재감식을 실시한 결과 화재 원인을 '방화'로 확인했다. 1층 복도에서 발화된 불이 1·2층 복도로 확산된 형태다. 발화지점인 1층 복도 중간 지점에서 플라스틱 휘발유통이 불에 녹은 흔적도 확인됐다.

불은 1시간여 만에 진화됐으나 여관 투숙객 10명 중 5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종로 여관 화재 사망자 5명 중 2명의 신원을 지문검색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2명은 이모씨(61·남)와 김모씨(54·남)다. 부상자 4명의 신원은 진모씨(51·남), 박모씨(56·남), 유모씨(36·남), 최모씨(52·남)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행동기와 경위 등을 좀 더 수사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