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주목하는 유럽의 두 '투표'… 정정불안 '분수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AFPBBNews=뉴스1

시장이 4일(현지시간) 유럽 정치권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이탈리아 총선이 열리는 동시에 독일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의 대연정 참여 여부가 확정되는 당원 투표가 발표돼서다. 결과에 따라 유럽 정치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도 새로운 불안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伊 총선 헝의회 유력… 각 정당 '이합집산' 경우의 수 많아 여전한 불확실성
이탈리아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총선을 진행한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반 득표 정당이 없는 '헝의회' 구성이 유력하다. 단일 정당으로는 오성운동이 30%에 근접한 지지율로 가장 앞서고 있지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포르차(전진) 이탈리아'를 포함한 중도우파 연합의 지지율이 30%대 후반으로 앞선다.


중도우파 연합의 승리 가능성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시장도 큰 소란은 피할 수 있으리란 관측이다. 로이터는 "시장 관계자들은 예상 시나리오대로 주요 정당이 포함된 연정이 구성되면 시장에 긍정적인 결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치적 안정성과 정책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위험이 부각될 가능성은 있다. 중도우파 연합 포르차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 '이탈리아의 형제들' 중 득표율이 가장 높은 정당의 대표가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큰데, 반(反)난민·반EU 정책의 선봉에 선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총리에 오를 수 있어서다.

유로화를 "실패한 통화"라고 지칭했던 그가 총리가 되면 이탈리아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우려가 재고조될 수 있다. 또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반난민·반EU 정책을 공통분모로 하는 극우 정당들과 연대할 가능성도 변수다. 정부가 구성되지 않아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NY 맬론은 "지난해부터 정치적 불확실성이 세계 외환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원이 되고 있다"며 "이탈리아 총선에 심각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獨, 다섯달 끈 불확실성 종지부 찍나… 사민당 대연정 참여 여부 확정
같은 날 독일에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기사연합과 사민당의 연정 여부가 최종 판가름 난다. 사민당이 지난달 20일부터 2일까지 46만4000명의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정 참여 찬반투표 결과를 4일 발표할 예정이어서다.

사민당 당원 투표에서 연정 찬성이 과반이면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9월 총선 후 5개월간 이어진 정치적 혼란을 매듭짓고 즉시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킬 수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의 정책 추진도 힘을 받는다. 그러나 반대표가 우세하다면 정국은 또 다시 혼돈에 빠진다. 재선거를 치르거나 법안 통과 때마다 즉석으로 연정을 만드는 불안정한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시장에도 악재다.

독일 선거 결과는 남유럽에도 중요하다. 재정긴축에 상대적으로 온건한 사민당이 집권당과 연정할 경우 유로존 재정정책에서 더 유화적인 접근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만약 대연정 구성이 불발되면 그간 독일의 재정긴축 압박 완화에 대한 기대로 올랐던 남유럽 채권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투자 조사업체 브랜디와인글로벌의 패트릭 프래들리 부사장은 "대연정이 계획대로 구성된다면 유럽내 공조가 더 잘되면서 투자심리에도 긍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