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하긴 일러"…승자 없는 무역전쟁 '시장도 지는 게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중 무역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미국 뉴욕증시가 26일(현지시간) 급반등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호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경계심을 풀긴 이르다고 경고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무역 정책 향방을 아직 알 수 없고, 무역전쟁에서 승자가 없기는 시장도 마찬가지라는 이유에서다.


지난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우려가 절정에 이르면서 뉴욕증시는 2년여 만에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다우지수는 22, 23일 이틀간 1100포인트 넘게 추락하며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지난 1월 고점 대비 낙폭이 10%를 웃돌아 2월 초에 이어 다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다우지수 추이/자료=블룸버그

미국과 중국이 막후 협상을 통해 전면전을 피하려 한다는 보도가 이날 반전을 주도했다. 다우지수는 2.8% 반등하며 약 670포인트를 되찾았다. S&P500, 나스닥지수도 각각 2.7%, 3.3% 뛰었다. 하루 기준으로 2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CNN머니는 월가 투자자들이 무역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긴박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고 무역전쟁에 대한 경계감이 크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마이클 블록 리노트레이딩파트너 수석 투자전략가는 "랠리는 환영하지만 상황이 아직 끝난 게 아니라, 너무 이른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모처럼 커지자 기회를 엿보는 이들도 많지만 수익을 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트럼프발 무역전쟁과 관련한 2개의 빤한 베팅이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우선 독일,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그동안 글로벌 무역으로 이익을 본 나라들이 역풍을 맞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들 나라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간 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물리겠다며 미·중 무역전쟁 우려를 고조시킨 지난 22일 S&P500지수보다 선방했다. 이들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줄곧 미국 증시를 앞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가 미국 철강업계 주가를 띄어 올릴 것이라는 베팅도 빗나갔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면제 대상을 유럽연합(EU) 등으로 확대하면서 미국 철강주는 지난 22일 오히려 11% 추락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협상 스타일이 시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의 기업 감세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는 기업 감세에 대한 기대로 처음엔 올랐지만 입법 갈등 우려로 한동안 떨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기업 감세가 궁극적으로 시장에 호재였다면 무역전쟁은 악재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십년간 자유무역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며 그가 끝내 반무역 공세를 밀어붙여 무역전쟁을 일으키면 투자자들이 숨을 데는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도움이 되는 정책(기업 감세)을 둘러싼 불확실성의 시대가 이젠 시장에 해가 되는 정책(무역전쟁)에 대한 불확실성 시대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투자전략가는 S&P500지수가 30여년 만에 가장 긴 지난 2주 연속 하루 변동폭의 중간값 미만에서 마감했다며 이는 무역전쟁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