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가, 3년반 만에 배럴당 70달러 돌파...'인플레' 공포 커지나

미국의 유가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란 핵협정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데다 지난 몇 년간 유가를 짓눌렀던 글로벌 원유 원유공급과잉이 점차 해소되면서다.

하지만 지속적인 유가상승은 경제성장을 억누르고,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WTI, 3년반만에 배럴당 70달러 돌파...이란 핵협정 파기 공포에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대비 배럴당 1.01달러(1.5%) 오른 70.7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가 70달러선을 돌파한 것은 201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미 유가는 지난 1개월간 무려 10% 이상 치솟았다. 최대의 요인은 이란 핵협정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영국 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협정이 수정되지 않을 경우 이를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란 역시 재협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 핵협정이 파기될 경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이란의 원유 수출길이 막히며 글로벌 원유공급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은 지난 2015년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에 이란에 대한 각종 제재조치를 해제키로 합의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까지 이란 핵협정에 따른 재재 유예를 연장할지여부를 결정해야한다. 한 분석가는 이란 제재가 되살아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고 마켓워치는 보도했다.

◇감산이행·글로벌수요증대 등에 점차 해소되는 원유공급과잉

원유생산량 감축과 글로벌 원유수요 증가로 수년간 유가를 짓눌렀던 글로벌 공급과잉을 점차 해소되고 있는 것도 유가상승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주도로 글로벌 원유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원유생산량을 2016년말 대비 하루 180만 배럴의 감축하고 있다. 이같은 감축합의는 올해말까지 실시될 예정이며,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은 추가적인 연장도 고려하고 있다.

4월 OPEC의 원유생산량은 전달대비 하루 14만 배럴 감소한 하루 3200만 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감산합의에 따른 OPEC의 총생산량인 하루 3273만 배럴에 비해 하루 73만 배럴 밑도는 수치다.

글로벌 원유수요는 글로벌 경제성장에 힘입어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원유수요가 지난해 하루 9780만 배럴에서 올해 9930만 배럴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IEA는 미국과 중국간 무여갈등이 글로벌 원유수요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극심한 경제난에 빠져있는 OPEC 회원국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량 급감 등도 유가상승의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문가들 “미 경제, 배럴당 70달러 감당 가능”...문제는 인플레이션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가상승에 따라 미국 셰일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란 핵협정, 베네수엘라 사태 등 원유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다양한 요인들이 부각되면서 유가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2월 원유생산량은 일 1026만 4000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또한 석유정보서비스업체인 베이커 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가동중인 원유채굴기수는 전주대비 9개 늘어난 834개로 3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향후 원유생산량이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 경제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장에서 유가상승에 따라 휘발유가격의 상승이 예상되지만, 견고한 경제성장세는 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가상승은 새로운 우려를 부각시키고 있다. 유가가 계속 상승할 경우 점차적으로 경제성장을 억누르고, 인플레이션을 상승시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