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잡아먹는 '헤비 콘텐츠', 속도 제어 허용해야"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와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를 맞아 '망중립성 원칙'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정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가 대용량 트래픽 유발 서비스로 인터넷 망을 점유할 경우, 네트워크사업자(ISP)가 속도 제어를 할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성한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4차 산업혁명시대 망중립성의 미래 정책토론회' 발제자로 나서 "망중립성 원칙과 대규모 인터넷 기업들의 등장이 인터넷 사용 비용의 이용자 집중을 유발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사업자가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자 혹은 서비스별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온 구글과 페이스북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지금처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망 중립성 원칙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달 이 원칙을 전면 폐기하면서 글로벌 패러다임이 급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다가오는 5G시대에는 자율주행자동차용 네트워크와 의료용 네트워크, 스마트폰용 네트워크 등을 나눠 별도 속도를 제공하는 내용의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돼 더욱 망중립성 원칙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 교수도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망중립성 원칙을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용량 이상을 특정 콘텐츠 제공사업자가 점유할 경우 네트워크 사업자의 판단에 따라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온라인 대기업들은 이미 네트워크 사업자들에 대응할 수 있는 큰 협상력을 갖고 있다. 망중립성 원칙 보호대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온라인 대기업들이 별도의 관리형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반대로 중소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에게는 '고속망(fast lane)'을 제공해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의 경우 적절한 요금에 '패스트 레인'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망중립성 원칙을 완화해 차별적 접속을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중소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의 혁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실 주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