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보험약관, AI로 잡는다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자살보험금 사태에 이어 즉시연금까지 모호한 약관으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개발원이 보험 약관의 오류를 확인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최근 '인공지능(AI) 상품확인 시스템' 구축을 시작해 연내 업무에 적용할 계획이다. AI 시스템에는 각 보험사가 만든 상품 약관과 산출방법서가 집적돼 새로운 보험상품을 출시하거나 기존 상품의 약관을 개정할 때 오류를 잡아낸다.

예를 들어 A보험사가 상품을 만들 때 약관과 산출방법서를 보내면 AI 시스템이 점검해 부적절한 문구가 포함됐거나 들어가야 할 내용이 빠졌을 경우 알려주고 모호한 표현이 사용됐을 때는 수정 문구를 알려준다. 약관을 개정할 때도 바뀐 부분을 짚어내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한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개정까지 포함하면 연간 3000여건의 약관이 개발원에 들어와 점검하는데 오류가 있어 두세 번 수정하는 일도 잦다"며 "AI 시스템을 활용해 오류를 줄이면 보험사가 약관을 만들거나 변경할 때 치명적인 실수를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은 약관뿐만 아니라 각 보험사의 상품별 위험률을 집적해 보험료 계산까지 AI 시스템으로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중이다. 예를 들어 B보험사가 암보험을 출시하면 해당 보험사의 위험률을 자동으로 계산해 30세 남자가 10년간 암에 걸릴 확률을 찾아 산출방법서 상 사업료를 읽어내 보험료가 얼마라고 계산하는 식이다.

AI 시스템이 업무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면 약관 검토는 물론 보험료 계산까지 한번에 이뤄져 효율성이 높아진다. 다만 이미 판매 중인 상품의 약관이 잘못됐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AI 시스템에 입력하면 이후에도 오류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지난 30년간 개발원이 확인한 약관이 10만여건에 달하기 때문에 모든 약관의 오류를 일일이 점검해 시스템에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비교적 최근 약관을 중심으로 모범사례뿐 아니라 잘못된 사례까지 최대한 많은 양을 학습시켜 오류를 최대한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