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135일룰 '암초' 만난 IPO…코스피 대형사 연내 상장 '불투명'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했던 코스피 상장 준비 기업의 IPO(기업공개) 일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대어급'으로 꼽혔던 현대오일뱅크·바디프랜드 등이 금융감독원 감리를 받고 있거나 막 마친 상황이다. 현재 감리가 진행 중인 예비상장기업의 감리가 한 달 이상 소요될 경우 해외 공모시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결산자료 유효시한을 135일로 못 박은 '135일룰'에 걸려 연내 상장이 어려울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8월 중순 금융감독원 감리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증권신고서 제출 일정을 당초 8월 말에서 9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에서 현대오일뱅크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않아 상장 일정도 지연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그동안 지분 60%를 보유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해 수익을 100% 인식했다. 그러나 지난 7월 회계기준을 변경해 2015~2016년 연결재무제표에서 수익을 지분율대로 60%까지만 인식하는 내용으로 사업보고서를 정정했다. 이를 2017년 실적에 반영하면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약 10% 감소한다.

회사 측은 현대쉘베이스오일 회계처리 방식이 향후 감리 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회계처리 전반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현대쉘베이스오일 의사 결정 요건 중 파트너사인 쉘의 공동 의사결정 사항을 중요한 것으로 판단, 공동기업으로 분류해 재무제표를 수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IB 업계에선 금융감독원 회계심사국이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검토하면서 당초 일정 대비 감리 안건 처리가 지연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상장 준비 중인 기업의 감리는 최장 80일까지 가능하며 감리대상 기업은 통상적으로 감리기간 동안 상장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이처럼 예비 상장사의 감리기간이 당초 발행사나 주관사의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해외 공모를 희망하는 코스피 기업의 경우 상장 일정이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 투자자 대상 공모시에는 발행사의 결산자료 작성 기준일(6월 말)로부터 135일 안에 납입 등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하는 '135일룰'을 적용받는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반기 결산자료를 바탕으로 공모를 진행할 경우 10월 중순까지는 수요예측 및 일반투자자 청약, 납입을 마쳐야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감리가 늦어질 경우 3분기 결산자료를 바탕으로 해외공모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내년 2월 중순까지 공모일정을 늦출 수 있지만 연내 상장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인 바디프랜드는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기 이전에 감리대상으로 선정돼 상장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늦춰졌다. 그러나 최근 감리가 끝나 향후 일정에는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증권업계는 기존 상장 일정에 감리라는 변수가 더해져 올해 코스피 상장이 최근 수년 내 가장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했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는 5개사로 이 중 2개사는 일반기업이 아닌 리츠다. 티웨이항공, 롯데정보통신, 이리츠코크렙 등 3개사는 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대어급' 기업들이 회계 감리로 인해 상장 시점이 요원해졌다"며 "이들 기업의 상장이 지연된다면 최근 5년내 처음으로 1조원 이상 공모금액을 기록한 기업이 전혀 없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