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NYT '익명 기고'에 발칵… "범인 잡아라"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워싱턴게이트' 특종 보도기자 밥 우드워드의 폭로에 이어 백악관 관리의 '익명의 기고'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들쑤시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내부 총질'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범인 색출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오피니언면에 '익명의 고위 관리'가 쓴 기고문을 공개했다.

NYT는 편집자 주에서 "오늘 NYT는 익명의 오피니언 에세이를 게재하는 이례적 조치를 취했다"며 "필자의 신원이 공개되면 그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우린 익명으로 에세이를 게재하는 게 독자들에게 중요한 관점을 전달하는 유일한 길이라 믿고 있다"고 전했다.

미 언론 '악시오스'도 "NYT가 익명의 기고를 허용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만큼 기고자의 말에 신뢰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익명의 고위 관리'는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레지스탕스(저항가)의 일원이다(I Am Part of the Resistance Inside the Trump Administration)'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합중국의 건강을 해롭게 만드는 식으로 계속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의 근원은 대통령의 무도덕주의(amorality)"라며 "그와 일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원칙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 규정한 데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들(impulses)'은 전반적으로 반(反)무역이며 반민주주의적"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관리는 "행정부 내에 국가를 우선시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조용한 저항이 있다"며 "그러나 모든 시민이 나서야 진짜 변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NYT의 기고문은 미국 전역을 발칵 뒤집었다. 존 케리 전 미 국무장관은 "(미국이) 진짜 헌법적인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CNN은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 "기고문이 나간 후 백악관 내부자들이 충격을 받았고 누가 그 기고문을 썼는지 알아내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고문에 사용된 핵심 단어들을 기반으로 익명의 관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NN은 NYT가 트위터에 익명의 고위 관리를 '그(he)'라고 지칭한 걸 기반으로 존 켈리 비서실장과 제프 세션 법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유력한 13인을 꼽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색출에 나섰다. 우드워드의 저서 내용이 알려진 후 누가 우드워드와 얘기했는지를 일일이 조사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사냥'이 이날 기고문이 나온 후 대폭 확대됐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반역(Treason)?"이라며 "(익명의 관리가) 진짜 존재한다면 NYT는 국가 안보를 위해 그를 즉시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