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늘리고, 시스템 바꾸고…해외주식 판 키우는 증권가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삼성증권이 지난해 개최한 '아시아 투자 컨퍼런스'.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제공=삼성증권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주식을 직접 사고 파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주요 증권사들의 고객 확보 경쟁이 뜨겁다. 글로벌 주식 전담 리서치·영업·서비스 직원을 늘리는가 하면 국내 주식처럼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시차가 있는 미국·유럽 등 투자자를 위해 심야에도 상담데스크를 운영하고, '해외주식 아카데미' 등 고객 초청 행사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기본이 됐다. 해외주식만 전담하는 전문 PB(프라이빗 뱅커)를 육성하는 곳도 있다.

◇"해외주식 투자자 모십니다"…전문가 늘리고, 시스템 바꾸고=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8,010원 ▲130 +1.65%)는 글로벌 주식 관련 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리서치센터 내에 해외주식 전담하는 연구직원 20여명을 배치한데 이어 해외주식 컨설팅팀, 해외주식운영팀등 전문인력이 점점 늘어 현재 총 50명 넘는 직원들이 글로벌 주식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올 연말까지 사내 글로벌 투자 전문가를 200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삼성증권 (38,800원 ▼650 -1.65%)도 투자전략센터 해외주식팀과 리서치센터 글로벌에쿼티팀 등 글로벌 주식 관련 전문가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최근 해외주식팀과 글로벌 에쿼티팀 인력을 각각 4명, 2명 충원해 총 26명을 전진 배치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최근 3개월간 글로벌 주식 전략과 리서치, 서비스 등 인력을 15명 안팎 늘렸다.

NH투자증권 (12,900원 ▲200 +1.57%)은 글로벌주식부 내에 투자정보팀을 신설했다. 고객들에게 단기적인 해외주식 매매만 권장하기보다 중장기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KB증권은 해외주식만 전문 상담·판매하는 '해외주식 전문PB'를 두고 고객 서비스에 나섰다. 미국과 일본, 중국, 베트남 등 현지 시장과 기업 정보에 밝은 전문가가 해외주식 컨설팅과 거래를 돕는다.

주요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주식 관련 시스템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환전·결제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주식처럼 시차 없이 해외주식 거래(결제 여부와 관계 없이 주식 매도금으로 즉시 다른 종목 매수)가 가능한 통합증거금 제도를 선보인다.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별도의 환전없이 바로 주문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시차 없이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내놓은 것은 미래에셋대우가 처음이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개최한 '아시아 투자 컨퍼런스'.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제공=삼성증권

◇성장판 닫힌 한국 증시…"글로벌 팔자" 중소 증권사도 가세=증권업계가 해외주식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무서운 속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말까지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252억1900만달러(한화 28조5000억원)로 지난해 결제규모인 227억1400만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지난 2016년 125억6100만달러와 비교하면 2년새 2배 이상 커졌다. 미국 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신흥국 금융위기 등 여파로 거래대금 이탈 우려가 큰 국내 증시와 달리 성장세가 가파른 것이다.

최근엔 중소형 증권사들도 해외주식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미 대형증권사들이 선점한 시장에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무료 수수료 전쟁도 불사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신규고객에 한해 미국주식 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도 연말까지 모든 고객에게 미국 주식 온라인 매매 수수료를 최소 0.1%로 인하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가 시행하던 심야 고객 상담데스크 운영 등이 기본 서비스로 확대된 지 한참됐다"며 "해외주식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업계 서비스 차별화 경쟁도 점점 치열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