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성장률 뚝…영화 '국가부도의 날' 주목받는 이유

영화 '국가부도의 날' 메인 포스터/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모든 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나라. 지금 당장"

다음 달 28일 개봉 예정인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시놉시스 중 일부다. 개봉 한 달 여 앞둔 시점에서 이 영화가 때 이른 주목을 받고 있다. 외환위기 20년을 상기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인데, 주가 급락과 성장률 하락 등 현재 대한민국 상황과 개봉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다.


영화는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국가적 위기를 예견하고 대책을 세우려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 팀장 한시현(김혜수 분),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지는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분), 회사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평범한 가장 갑수(허준호 분), 위기를 통해 새로운 판을 짜려는 재정국 차관(조우진분), 한국과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한 IMF 총재(뱅상 카셀 분) 등 주요 등장인물들의 엇갈린 시선을 영화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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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1997년은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때였다. 하지만 곧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을 예견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이 이를 보고하고 정부는 뒤늦게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비공개 대책팀을 꾸린다.

이 와중에 금융맨 윤정학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투자하는 역베팅을 결심하고 투자자들을 모은다. 작은 공장의 사장이자 평범한 가장인 갑수는 대형 백화점과 어음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같은 위기 상황에서 개개인은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고 믿고 나아간다.
대책팀 내부에서 위기대응 방식을 두고 시현과 재정국 차관이 강하게 대립하고, 시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MF 총재가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한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20년 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일각에선 '앞으로를 예언하는 영화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종 경제 지표가 붕괴되고 있는 현 시점과 다를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누리꾼은 "주가가 수직낙하하고 취업률·성장률·소득격차·부동산문제 그 어떤 문제도 잡지 못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영화가 아닐까"라며 "다들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아무 문제없다고 스스로 위로 중인 정부를 보고 있자니, 20년 전 그렇게 당해놓고 또 국가부도 위기를 감내해야할 생각에 앞길이 캄캄하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당시 많은 신흥국들과 함께 우리도 국가 부도를 맞았고,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자살할 때 누군가는 웃으면서 돈을 긁어모으고 있었다"며 "우리나라, 우리가족이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으려면 다양한 상황과 세계 흐름을 봐야하는데, 영화에서 이러한 과거 경제 흐름을 잘 표현해줬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KBS2 '영화가 좋다'에 출연한 배우 김혜수는 "1997년 IMF 당시 대책팀이 있었다는 한 줄의 신문 기사에서 출발한 가공된 이야기"라며 "그럼에도 마치 내가 몰랐던 어떤 엄청난 이야기를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 허준호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 사장이자 소소한 행복을 꿈꾸는 평범한 가장 역을 맡았다"며 "'무조건 버텨야 한다'는 대사를 살리자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