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폐지 급물살.."여당·자본시장 공감대 확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여당 대표가 직접 나서서 금융투자업계를 만난 것은 고무적이다"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민주당 대표 첫 방문.."기대 높다"


15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23층 대회의실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간담회를 마친 금융투자업계 대표들은 기대감 속에 상기된 모습이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협회를 찾아 증권사, 자산운용사 대표 등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대표 외 민주당의 자본시장 활성화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과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 등 증권사 14곳 및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 등 운용사 10곳 대표들이 참여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여당 대표가 현장에 나선 자리여서 기대감이 컸다"며 "오늘 간담회에서 (여당 지도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를 읽었고,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는 15일 협회 23층 대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금융투자업계 사장단이 함께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거래세 폐지 본격화.."투자 활성화 위한 제도개선"

이날 만남을 계기로 금투업계가 주장해 온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 움직임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거래세 폐지를 건의한 금투업계는 "손실이 발생해도 세금 부과되고, 대주주에게는 양도소득세까지 이중 과세되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조세 형평성, 조세중립성, 글로벌 정합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본시장 과세체계의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거래세의 폐지 또는 단계적 인하조치는 투자자, 그리고 국민 입장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며 "우리 자본시장 세제는 복잡하고 시장과 투자에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중의 풍부한 자금이 혁신성장과 국민자산 증대 등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최근 우리 사회의 고령화 현상을 언급하며 "돈이 늙어지게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돈이 한쪽으로 쏠린 채 움직이지 않고 '노화'되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선 투자가 활성화되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제도개선 등이 선행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 대표는 "자본시장 세제 이슈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된 적이 없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제는 자본시장 세제개편을 공론화할 시점이라고 느낀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이어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가 중요하다"며 "투자 활성화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세제이슈와 관련해서 증권거래세 정비는 당정이 조속히 검토하고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서명석 유안타증권 대표는 "오늘 간담회에서 증권거래세 축소·폐지에 대한 정부 여당과 자본시장업계 간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왼쪽 첫번째)이 15일 여의도 금투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중과세' 부작용 우려..선진국은 이미 폐지

정부가 증권거래세는 유지하고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금투업계는 '이중과세'에 대한 시장 왜곡과 자본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거래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적용하는 나라는 없다.

이에 우리나라도 일본, 미국 등 선진국처럼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은 1989년 4월에 주식 양도세 전면과세로 과세체계를 바꾸고 10년에 걸쳐 거래세를 폐지했다. 2003년부터는 장·단기 구분 없이 20% 단일 세율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통일했다.

미국도 주식, 펀드 등 자본 이득에 대해 모든 소득을 합쳐 과세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정부가 거둬들인 증권거래세는 약 4조원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거래세가 세수를 예측하기 쉽고 매년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거둬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 위축 등 부작용 뿐 아니라 증시 변동성에 따라 세수 규모가 크게 변할 수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