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기술반환, 실패 아닌 재산…여전히 건재"

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2015년 한미약품으로부터 사들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후보물질 BTK 억제제(LY3337641/HM71224) 개발권을 23일 반환했다.

지난해 2월 류마티스 관절염 임상을 중단한 지 1년여만의 일이다. 1년 전 릴리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개발을 포기하면서도 적응증을 달리해서라도 신약으로서 가능성을 살려보겠다고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릴리가 결국 개발에 관한 모든 권리를 반환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으로서 BTK 억제제 가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일라이 릴리, BTK 억제제 개발 포기 = 4년 전인 2015년까지만 해도 BTK 억제제에 대한 기대가 컸다. 릴리는 그 해 이 물질을 8000억원에 사갔다. 계약금은 600억원 수준이었다. 이 계약금은 개발에 실패해도 한미약품이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릴리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2상 중간분석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릴리는 류마티스 관절염 대신 전신성 홍반성 낭창과 관련 질환인 신장염, 쇼그렌증후군 등으로 방향을 틀었다. 릴리는 결국 이 역시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다.


한미약품은 BTK 억제제 개발권을 돌려받는 대로 다른 적응증 개발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 시도가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지금으로선 릴리에 의해 글로벌 신약으로 탄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제약업계는 그럼에도 릴리의 개발권 반환으로 신약개발 전반에 관해 실망하거나 좌절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한미약품의 신약개발과 기술수출 노력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반응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신약개발 성공 가능성이 0.02%에 불과하다"며 "실패 경험 자체가 제약사에는 큰 자산이 된다. 제약산업이 진일보하려면 실패했을 때 제약사를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의 꿈은 계속된다 = 한미약품은 여전히 건재하다. 비만·당뇨, 항암, 면역질환, 희귀질환 등 분야 27개 신약 파이프라인이 탄탄하게 받혀주고 있어서다. 3조원대에 기술수출한 당뇨병 치료제 임상은 순항 중이다. 각각 1조원대인 비만, 고형암치료제 임상도 마찬가지다.

유한양행이 1조원대에 기술수출한 지방간 치료제, 관절염 치료제도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ABL바이오도 각각 6000억원대에 관절염 치료제와 항암제 신약후보를 기술수출하고 임상 중이다. JW중외제약의 아토피치료제 신약후보는 약 5000억원에 기술수출 돼 해외에서 개발 중이다.

이들 신약 후보들이 0.02% 확률을 뚫고 개발에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확률만 보자면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그래서 신약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10~15년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희비가 엇갈린다.

제약업계는 신약개발 과정을 의연함과 함께 인내심 있게 지켜봐 줄 것을 호소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수출 계약이 변경되거나 임상에 실패했을 때 사기꾼으로 몰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깊은 좌절감을 느낀다"며 "불가능에 도전하는 업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