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장관 "최저임금 기준, 기업지불능력 포함 확정 안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7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고용노동부가 27일 오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초 정부안에서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지불능력'을 포함시키기로 했으나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해 이를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업지불능력 배제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재갑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와 만나 기업지불능력을 결정기준에서 제외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최저임금 결정기준 개편안에서 기업지불능력이 빠질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임서정 차관이 직접 최저임금 결정기준 개편 확정안을 발표한다. 지난달 7일 정부안 초안을 공개한 뒤 전문가 토론회와 대국민토론회, 온라인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만들었다.

고용부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비공개 당정 협의회를 열고 지난 14일 최종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최종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를 연기한 바 있다. 지난 20일에도 탄력근로제 노사합의로 인해 추가 당정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개편안 발표를 또 한 차례 연기했다.

지난 13일 당정협의에 참석했던 한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안 초안에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며 "국민의견수렴 등을 거쳐 미세한 조정을 거쳤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가 초안에서 공개한대로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임금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큰 틀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노사정이 구간설정위원을 각각 5명씩 추천하고 노사가 순차적으로 3명씩 배제하는 방안과, 노사정이 3명씩 추천하는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토론회에서 구간설정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60% 이상의 위원 찬성 등 심의 과정에서 다수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의결 구조를 갖춰야한다고 지적한 점도 반영될 수 있다.

관건은 기업의 지불능력이다. 이재갑 장관과 고용부 관계자들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지불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계량화가 힘들다는 이유로 이를 제외한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포함시킨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고용부 역시 여당의 정책방향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27일 발표될 정부안에 기업지불능력이 빠질 경우 경영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소상공인 등의 경제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만큼 경제성장률뿐만 아니라 기업지불능력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위원회 이원화 자체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최정안이 발표된다 해도 이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노사 양측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또 다시 수정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한편 고용부가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8일까지 '국민생각함' 누리집에서 진행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9539명 중 7437명(78.0%)이 최저임금 결정기준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준 보완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들 중 기업지불능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응답은 41.5%(3090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