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QD-OLED 투자, 수개월째 소문만 무성한 이유는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사진=김창현 기자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디스플레이 투자를 놓고 수개월간 추측이 난무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투자를 여전히 검토 중이다. 앞서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4월 중 투자심의위원회를 열고 QD-OLED 투자를 확정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됐으나 투자는 결정되지 않았다.


소문이 무성했던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패널 생산 재개는 올해 들어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기정사실화 됐다. QD-OLED 양산 전 파일럿 테스트를 지속해온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CES 2019 비공개 부스에서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65인치 QD-OLED 시제품을 공개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지난 3월 기존 LCD패널을 생산하는 L8-1라인뿐 아니라 L8-2라인도 올해 8월 내 QD-OLED로 전환하는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양산이 가능하도록 계획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조사업체, 증권가, 언론의 전망은 추정에 불과한 것으로 언제든 변동 가능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언제 투자를 한다고 밝힌 적이 없기 때문에 투자가 지연된 것은 아니다"라며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결정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 단위의 투자가 들어가는 중대한 결정이고 OLED 진영에 후발주자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샘플의 품질에 대해 명확한 확신이 있을 때까지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측에서 OLED TV 양산에 부정적인 것이 투자 지연의 원인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또한 확대해석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QD-OLED TV 출시 계획을 묻는 질문에 "QD-OLED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개발하고 있다"며 "(TV) 제품에 대해서는 특별한 계획이 없고 (디스플레이) 개발 차원에서 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개발하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패널이 양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 채용하겠다고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QD-OLED가 양산돼도 TV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삼성측이 공식입장을 유보하고 있음에도 추측이 이어지는 것은 그만큼 삼성의 대형 OLED패널 생산 재개가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전환 투자가 확정되면 사업 포트폴리오의 중대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HS마킷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L8-1라인과 L8-2라인을 QD-OLED로 전환할 경우 초기에 월 3만장 규모의 QD-OLED 패널 양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65형 TV를 연간 97만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또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패널 초기물량 전량을 삼성전자에 공급할 경우 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TV 생산량의 2.5%, 삼성전자 프리미엄 TV 생산량의 5%를 담당할 것으로 파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환투자는 이해관계가 얽힌 관계사와 투자자들에 즉각적인 타격이 갈 수 있어 최종 결정이 이뤄지고 장비 발주가 떨어질 때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전환투자는 3분기에 시작돼도 장비 반입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되고 이후 시범양산 가동 등 기간을 거치면 초도 양산품 출하는 빨라야 2021년"이라며 "최근 주가에 묻어있던 시장의 기대감과 실제 업체들 수혜 사이에서 상당기간 괴리가 발생한 것은 분명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탈 LCD 계획 방향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