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풍선효과' 분석착수..'문 케어' 약발 떨어졌나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정책이 시행됐음에도 병원 의료비를 보장하는 민영보험인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졌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병원 의료비가 늘면서 실손보험에서 지급하는 보험금도 동시에 불어나는 ‘풍선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당국은 비급여가 급여화되면서 병원들이 의료비가 비싼 다른 비급여 진료를 확대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실태파악에 나섰다.

13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개발원에 실손보험의 ‘풍선효과’ 분석을 의뢰했다. 보험사에서 실손보험금 청구 영수증을 샘플로 조사해 ‘비급여의 급여화’ 이후 실제 보험금 청구 항목이나 지급 규모면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면밀하게 살피기로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을 투입,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아동입원비 경감(2017년 10월), 선택진료 폐지(2018년 1월),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2018년 4월), 상급병실 급여화(2018년 7월) 등이 이미 시행됐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정부정책이 모두 실현된다면 민간보험의 ‘반사이익’이 1조87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언급한 4개 항목만 따져도 지급 보험금이 약 6% 줄 것으로 추산했다. 보험사들은 ‘문 케어’의 반사이익을 실손보험에 반영하라는 정부 압박에 따라 올해 초 실손보험료 인상폭을 약 6%포인트 선에서 억제했다. 삼성화재는 보험료를 수년 만에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상승하는 추세다. 손해율은 계약자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대형 손해보험사 5곳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110%~150%로 전년말보다 많게는 10%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8%포인트 뛰었다. 일부 대형 보험사는 3월말 손해율이 150% 수준으로 치솟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당과 관리비 등 사업비를 고려하면 손해율이 150% 이상으로 올랐다고 볼 수 있다”며 “보험료 100을 받아 150 이상의 비용을 썼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17년 4월 출시된 착한 실손보험(신실손보험)의 손해율도 마찬가지다.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비급여 MRI를 특약으로 빼면서 전체 손해율은 70%대로 안정권이지만 비급여 주사제의 경우 120%에 육박했다. 신실손보험은 ‘신위험률’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출시 후 5년까지는 보험료 인상을 할 수 없다.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선 “문 케어의 약발이 떨어졌다”,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지적을 한다. 손보험의 ‘반사이익’이 1조원대를 넘는다는 추정치가 나왔을 때부터 ‘풍선효과’로 인해 실손보험에서 지급하는 보험금은 줄지 않을 것이란 반박이 이미 나오기도 했다. 건강보험에서 비급여를 급여화하더라도 병·의원에서 수익을 벌충하기 위해 다른 비싼 비급여 진료를 늘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부담하는 의료비는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3년 4대 중증질환이 급여화됐을 때도 1조원 이상의 ‘반사이익’이 날 것으로 내다봤지만 비급여 영양치료제 사용 등이 늘어나 손해율이 더 높아진 적이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이를 감안해 주의 깊게 들여다 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물론 이와 달리 최근 MRI와 초음파 등 치료적 비급여가 전면급여화됐고, 비급여 약제도 선별적으로 급여화 되고 있는 만큼 ‘문 케어’ 효과에 대해 속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풍선효과를 따져 보려고 해도 다양한 변수가 많아 객관적인 입증은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을 억누를 것이 아니라 병원의 비급여 진료남발을 잡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