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계속 오를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미국발 호재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지난주 상승세로 마감했다. 미국 금리 인하 여부를 둘러싼 시장의 불안감이 사그라든 영향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243.95포인트(0.90%) 뛰어오른 2만7332.03에 거래를 마쳤다.

S&P500 지수는 13.86포인트(0.46%) 상승한 3013.77에 마감했다. S&P500의 종가 기준 3000선 돌파는 2014년 8월 2000선을 깨고 올라온 뒤 약 5년만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48.10포인트(0.59%) 뛴 8244.14를 기록했다. 3대 지수 모두 이날 종가 기준으로 사상최고가를 달성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비둘기파(통화완화)적 발언이 뉴욕 증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미국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투표권을 가진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을 연준 목표치인 2% 위로 끌어올리려면 2∼3번의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며 연내 수차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를 부추겼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 상승을 가로막던 큰 불확실성 중 하나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일본 수출규제다.

일본이 지난 4일부터 반도체 핵심소재 3품목(포토레지스트, 불산, 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한 이후 해당 품목이 국내에 반입된 정황은 없다. 그러나 아직 재고 물량이 남아있는 만큼 당장 반도체 생산이나 판매에 차질이 빚어지진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일본의 수출 규제는 예비 수요자들의 제품 구매를 촉진시키고 있다. 관련업게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에 이어 일본 수출규제까지 이어지면서 반도체 생산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 일찌감치 반도체 수량을 확보해놓으려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낸드 가격은 물론 D램 가격도 반등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도 2분기 잠정치에서 시장 기대보다 개선된 실적을 내놨다.

외국인들의 반도체 사랑도 이어지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최근 4주간 1조7300억원 규모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순매수 금액 1조5000억원을 상회한다.

고경범 연구원은 "삼성전자 (78,200원 ▼100 -0.13%), SK하이닉스 (193,000원 ▲7,700 +4.16%)의 외국인 순매수비중이 2015년 이후 0.3%(시총대비)를 상회한 것은 2016년 8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불과하다"며 "연초 외국인 반도체 순매수가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이었다면, 최근 수급이 집중되는 배경은 실제 컨센서스가 개선된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도체 업종을 둘러싼 수급도 개선되고 있고, 수요가 회복되면서 제품 가격 반등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 기간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 부진에 시달렸던 업계에는 환영할 만한 이슈지만, 아직 일본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것이 발목을 잡는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는 참의원 선거를 위한 정치적 행동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우방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 한일 당국자 협의 결과 공개됐다"며 "참의원 선거 이후에도 일본 규제가 지속된다면 향후 생산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현 시점부터는 반도체에 대해서도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한국 기업들이 2~3 개월 물량의 소재를 확보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공급과잉이 해소되겠지만, 규제 장기화 시 IT산업이 위협을 받는다"며 "조속한 통상합의 재개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