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학자 "과거사 사과 안한 日, 세계 경제 위협한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할머니의 내일 展' 전시 관계자들이 한지로 만든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여가부 주최, 나눔의 집 주관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진 및 영상이 전시되는 이번 전시는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8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2019.8.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사과하지 않아 세계 경제를 위협한다는 분석을 미국 역사학계 전문가가 내놓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일본의 과거 죄에 대해 속죄하지 않은 것이 세계 경제를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가(How Japan’s failure to atone for past sins threatens the global economy)'라는 제목의 칼럼을 11일(현지시간) 게재했다.


칼럼을 쓴 그레그 브래진스키 미 조지워싱턴대 역사·국제관계학 교수는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때 저지른 잔혹 행위로 거슬러 올라간 분쟁이 한국과 일본을 경제전쟁의 끝까지 내몰았다"며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을 초래했고, 글로벌 기술시장을 냉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의 배경으로 양국을 둘러싼 과거사를 지목했다. 그는 "일본은 제재의 이유로 안보 문제를 거론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는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내린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수십만 명의 여성을 성노예로 만든 일본군 '위안부' 제도, 한국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한 강제 일본어 교육 등 일제강점기 당시 만행을 언급하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잔혹행위를 저질렀다"고 표현했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이 끝나며 제국주의를 포기했을 때, 한국 등 이전 식민지들엔 깊은 분노가 남아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1945년 미군이 일본과 한국을 점령했을 당시 식민 피해자를 향한 일본의 사과는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미국은 과거에 대한 분노를 일축하고 한일 간 경제적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애썼다. 필자는 "미국은 공산주의 저지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단결해 저항해야 한다고 믿었고, 이를 위해 미 외교관들은 양국 정부가 역사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1965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경제 성장 야욕, 독재 정권 등을 배경으로 한일청구권협정이 맺어졌고, 한일 관계는 정상화됐다. 그러나 필자는 "이 협정은 일본이 과거 잔혹 행위 청산을 회피하도록 용인했고, 피해자들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아 일본 정부로부터 보상받을 권리를 무효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980~90년대로 넘어가며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일제강점기 때 식민 피해를 본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다. 그 중 전국민의 공분에 불을 붙인 것은 일본군 '위안부'였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의 공개 증언을 시작으로 240명의 할머니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중 생존자는 20명에 불과하다. 브래진스키 교수는 "조약(한일협정)은 그들의 불만을 해결하기에 완전히 불충분한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참회하는 데 있어 불성실한 일본의 모습도 논란을 계속 부추긴다"고 꼬집었다. 1993년 고노 담화, 1995년 무라야마 담화 등 일본 정부는 과거사를 사과하고 반성하는 발언 등을 여러 차례 해왔다. 그러나 일본 주요 관료들은 악명 높은 야스쿠니 신사(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을 포함해 주요 전쟁서 숨진 246만여 명의 제사를 지내는 일본 최대 규모 신사)를 참배하는 등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만한 행동을 꾸준히 해왔다고 교수는 지적했다.

이어 교수는 "일본 사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 군대가 저지른 일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독일과 달리 일본은 전쟁의 만행을 기념하고 교육하기 위해 공공 기념물이나 박물관을 짓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베 신조 총리는 전임자들보다 역사 문제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고, 그의 정부 밑에선 더이상의 사과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이러한 모든 경향은 대중의 민족주의적 역사 인식을 강화하고 현재의 무역 분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