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은 닭한마리, 리퍼트는 순두부…그들이 사랑한 韓음식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닭요리 전문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2박 3일 서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비건 대표는 행정상 이유로 귀국 날짜를 하루 미뤄 23일 오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9.8.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업무상 한국을 찾았다가 한국 음식에 '덕통사고'(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어떤 분야의 마니아가 됨) 당한 미국 공무원들이 있다. 이들을 한식 홍보대사로 임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방한은 곧 '닭 한마리'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8월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닭요리 전문점으로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닭 한마리를 먹는 모습이 또 포착됐다. 언론에 보도된 것만 4번째다.


지난 15일 북미 비핵화 협상을 위해 한국을 찾은 비건 대표는 입국 당일 저녁 메뉴로 닭 한마리를 택했다. 비건 대표는 방한 때마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 인근의 닭 요리 전문점을 방문해 왔다.

비건 대표의 닭 한마리 사랑은 지난 2월 시작됐다. 그는 당시 평양에서 2박3일에 걸친 실무협상 일정을 마치고 저녁 늦게 서울로 복귀했다. 그리고 닭 한마리를 먹었다.

3개월 후 북미 대화 재개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다시 한국에 온 비건 대표, 또 닭 한마리를 먹었다. 이날 비건 대표는 관계자 8명과 함께 닭 한마리 8인분을 비롯, 부추전, 칼국수 등을 주문했다. 비건 대표는 닭 한마리를 먹으려 식당 예약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한 지난 8월에도 비건 대표는 방한 일정 마지막 메뉴로 닭 한마리를 택했다.

비건 대표가 방한 때마다 닭 한마리를 먹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 사이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vegan)과 비건(Biegun) 대표 성이 발음이 같은 것을 두고 "비건이면 채식을 해야지.. 닭을 한마리나 먹으면 어쩝니까" "비건 아니었어?" 등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치맥' 하러 야구장 간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2016년 4월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를 관람하며 치킨을 먹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준 아빠'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는 두 자녀의 미들 네임에 한국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남다른 한국 사랑을 보여줬다. 그는 한국을 사랑했고, 한국의 '치맥'(치킨과 맥주)을 애정했다.

재임 당시 리퍼트 전 대사는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 팬을 자청하며 전국 야구장을 누볐다. 그때마다 그의 손엔 치맥이 들려 있었다. 누리꾼들 사이 "야구가 아니라 치맥 때문에 야구장 가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리퍼트 전 대사가 대구 명예시민이 된 데에도 그의 치맥 사랑이 한몫 했다. 그는 바쁜 일정에도 2015, 2016년 2회 연속 대구치맥축제에 참석해 시민들과 치맥을 즐겼다. 2016년에는 축제 현장에 미국관을 설치해 미국 맥주와 치킨요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이 보도되면서 대구치맥축제는 4년 만에 10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여름철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까지 대구치맥축제가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리퍼트 전 대사는 2016년 치맥축제에서 "초대해주셔서 영광"이라며 "치맥 많이 먹고 싶다"고 한국말로 소감을 전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2017년 1월 이임을 앞두고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도 한국을 떠나는 소회를 밝히며 치킨을 언급했다. 그는 "야구장에 갔더니 한국인들이 실로 엄청난 양의 치킨을 먹고 있더라"라며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마음에 남을 것 같다"고 치맥 사랑을 드러냈다.

주한미국대사 스테디셀러, '순두부찌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가 2016년 자신의 트위터에 안토니 블링큰 당시 미 국무부 부장관과 순두부, 파전을 먹는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마크 리퍼트 트위터) /사진=뉴시스

마크 리퍼트 전 대사에게 치맥만큼 사랑 받은 음식, 순두부찌개다.

지난 3월 tvN 예능프로그램 '미쓰코리아'에 출연한 리퍼트 전 대사는 그리운 한국 음식으로 굴순두부를 꼽았다. 방송에서 그는 대사 시절 순두부를 즐겨 먹었다면서 "한국에서 마지막 식사가 순두부여서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리퍼트 전 대사가 언급한 곳은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한 순두부 전문점이다. 종로구 미국대사관과 가까이 있는 탓에 리퍼트 전 대사뿐 아니라 크리스토퍼 힐, 캐슬린 스티븐스, 성 김 등 역대 미국대사들이 즐겨 찾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