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대국 美·日 제치고…'웹툰 한류' 만드는 네이버·카카오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인터넷 만화)을 주 무기로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하고 있다.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들이 선점한 영상 콘텐츠 플랫폼 사업과 달리, 만화 콘텐츠는 아직 초기 시장인 데다 독과점 기업이 없다. 적기 투자로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웹툰 해외 사업 속도전…네이버·카카오 투자 확대
네이버는 최근 웹툰 자회사인 네이버웹툰에 9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지금껏 네이버웹툰에 4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 결과, 네이버웹툰은 지난 2년간 미국·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에서 연평균 71%, 32% 성장하며 압도적 1위를 달린다. 북미 시장에서도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북미 시장 월 이용자 수가 1000만명을 돌파했다. 북미 시장 결제액은 지난해 초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글로벌 전체 거래액을 전년대비 60% 이상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이제는 유럽 시장도 노린다. 최근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서비스도 시작했다. 현재 현지화된 콘텐츠를 위해 작가 발굴, 제작 지원 등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최근 “웹툰 서비스의 국가별 특화를 시도해 전세계 주요 국가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페이지, 픽코마, 다음웹툰 등 웹툰 플랫폼으로 해외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2016년부터 인기 웹소설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웹툰 콘텐츠를 제작하는 노블코믹스 사업을 펼쳤다. 현재 노블코믹스는 한국 외에 일본과 중국, 인도네시아 총 4개 국가에서 100여개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2018년 말 인도네시아 콘텐츠 기업인 네오바자르를 인수했다. ‘기다리면 무료’ 등 국내에서 검증된 서비스 운영 노하우를 도입했다. 네오바자르를 통해 한국 웹툰 판매 경로를 늘리고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진출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재팬이 운영 중인 만화 플랫폼 픽코마를 통해 일본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픽코마는 지난해 일본 iOS와 구글플레이 만화 앱 통합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특히 픽코마는 기존 종이 만화 시장에 익숙한 이용자 층을 공략해 종이 단행본과 만화 앱을 병용하면서 모바일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1.6조원 시장규모에도 '경쟁자·인프라' 미흡

네이버웹툰의 프랑스어버전 출시 안내 / 사진제공=네이버

국내 웹툰 서비스 사업자들이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웹툰 시장이 가진 시장 가능성 때문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국외 디지털콘텐츠 시장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만화 시장은 2022년까지 13억 4500만 달러(한화 1조 5985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렇다 할 경쟁자는 없다. 일본과 미국은 세계 1위, 2위 만화 대국이지만 ‘웹툰’과 같은 디지털 콘텐츠로의 전환 속도는 느리다. 시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 이들 지역에서 디지털만화의 비중은 20% 미만이다. 프랑스,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웹툰 시장 역시 기존 종이 만화를 스캔하는 수준에 머문다. 국내와 일본 만화시장에서 검증된 사업 모델과 다양한 성공 노하우를 갖춘 국내 사업자들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특히 LTE(롱텀에볼루션)와 5G(5세대 이동통신) 등 우리나라의 빠른 모바일 환경도 성공비결로 꼽힌다. 웹툰은 한 손 스크롤과 한 화당 짧은 길이 등 최적화된 스마트폰으로 소비하기에 최적화된 콘텐츠다. 업계 관계자는 “누구나 실력만 있다면 쉽게 등단할 수 있고 유료판매·광고 등으로 다양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창작자 지원 생태계 역시 한국 웹툰 플랫폼이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원동력”이라며 “웹툰이 향후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산업의 원천 소스라는 점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대 핵심 기반을 선점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