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사 리원량의 죽음, 시주석 '정치 위기' 맞을까?

우한중심병원 앞에 놓인 의사 리원량의 죽음을 추모품들/사진=AFP

"금요일 34세 의사의 죽음은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신뢰에 위기를 불붙이는 분노의 물결을 촉발시킨다."(블룸버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 코로나) 존재를 처음 알리고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중국 의사 리원량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중국 내에서 비통함과 분개가 일고 있다는 외신 보도들이 나왔다.


7일 블룸버그는 "리원량의 죽음은 수 억 명의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즉각 슬픔과 분노에 마주치게 했다"며 "대중들은 그 의사가 처음에 어떻게 침묵하게 됐는지에 분통을 터뜨렸고 그가 남긴 임신한 아내와 어린 아이와 함께 애도했다"고 전했다.

이날 우한시중심병원은 "리원량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모두 실패했다"며 그가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 숨을 거뒀음을 발표했다.

리원량은 안과의사로 지난해 12월 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와 유사해보이는 바이러스 감염 사례를 발견하고 이를 동료 의사들에게 경고했다.


아직 신종 코로나가 공식 발표되기 전이었다. 그러나 중국 공안 관계자들은 오히려 "거짓 발언으로 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그와 그의 동료 의사들을 찾아와 '훈계서'를 받았다.

그로부터 약 한 달 후, 신종 코로나가 전세계로 확산되자 중국 당국은 태도를 바꿔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리원량은 자신의 환자로부터 감염돼 지난 10일부터 기침과 발열 증세를 보여 입원했으나 끝내 상태가 호전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중국 당국의 늦장 대응이 지속적으로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와중에 리원양의 사망 소식마저 알려지자 SNS 상에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었다.

/사진=로이터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리원량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약 한 시간 만에 중국 SNS 웨이보에서 관련 조회수가 2억7000만건을 넘었다.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란 단어는 중국 SNS상에서 수 백만 번 공유됐다.

이밖에 레 미제라블의 주제가 '민중이 노래하는 게 들리는가'의 가사가 줄을 잇고 있다. 이 노래는 지난해 홍콩의 반중 시위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노래다.

26세의 우한 출신 한 학생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국에 대한 불만을 가감없이 표출했다.

그는 "이 나라는 시민들을 받은 자격이 없다"며 "정부는 그들이 늘 하던대로 정보를 차단했고 모든 것이 잘 되는 척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정부는 반성하거나 바로잡는 법을 결코 배우지 않는다"며 "완전히 썪었다"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한 웨이보 이용자는 "리원량의 죽음은 나로 하여금 자포자기하게 만들었다"고 적었고 다른 사용자는 "우리 모두는 사람을 죽이는 게 박쥐가 아닌 것을 알고 있다"고 적었다. 정부의 은폐 시도가 더 큰 폐해를 낳고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이용자는 "정부가 우한을 지옥으로 만들었다"고 적었다.

애도와 분노의 물결이 SNS를 뒤덮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통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이날 미국 덴버대학교 자오 수이성(Suisheng Zhao) 교수는 블룸버그에 "이번 사태는 시 주석에게 공중보건의 위기일 뿐 아니라 정치적 위기"라며 "사람들은 시 주석의 집권 이후 그가 나라를 통치하는 방식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의 통치 방식은) 권력의 집중화, 대중들의 표현에 대한 통제, 마오쩌둥 시대의 이념적 통제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