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마스크 구매, 내가 '광클'해도 못 샀던 이유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지난 5일 오전 공적마스크가 공급되지 않는 서울 마포구의 한 매장에 일회용 마스크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직장임 임모씨(29)는 며칠째 온라인 쇼핑몰을 '광클'(빠른 클릭)했지만 마스크 구매에 실패했다. 마스크가 입고되는 시간에 맞춰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클릭하면 '재고없음'이 뜬다. 마스크를 산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온라인에서 마스크 구매에 '매크로'(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가 쓰인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시작부터 일반인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는 구조였다. 이미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온라인 쇼핑몰들이 하나둘 수사 의뢰를 하고 있다.
컴퓨터 1대로 마스크 9500장 사재기 … 2배 가격으로 되팔아

삽화_사이버사기1 / 사진=임종철

6일 송파경찰서는 지난 1일 20대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초부터 지인 8명에게 온라인 사이트 계정을 빌린 뒤 자신의 컴퓨터 1대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마스크 9500장을 구매한 혐의다.


A씨의 범행은 마스크를 구매한 온라인 업체인 쿠팡에 꼬리가 잡히며 들통났다. 쿠팡은 지난 1월 말부터 마스크 가격을 동결한 후 지속해서 비정상 거래를 모니터링해왔다. 이 중 A씨의 거래가 수상하다고 여겨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이렇게 구매한 마스크를 2배 가격을 받고 되팔아 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이 A씨와 같은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람은 100여명에 달해 매크로를 통해 챙긴 부당 이익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씨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1대의 컴퓨터로 8개 계정에 동시에 접속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대의 컴퓨터에 1개의 계정만 접속할 수 있는 쿠팡 사이트 시스템을 매크로를 통해 뚫은 셈이다.
경찰, 마스크 판매 사기 2970건 내·수사 … 24명 입건, 18명 구속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지난 2일 오후 서울역 내 중소기업명품마루 브랜드K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사진= 김창현 기자

경찰은 A씨처럼 마스크 판매 등으로 부당 이익을 챙기거나 유통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지난 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2970건에 달하는 마스크 관련 사기 사건을 포착했다. 이 중 사인이 무거운 322건은 책임수사관서 21곳에서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또, 마스크 유통질서 교란 행위 관련해서는 72건을 적발해 151명을 검거했다. 폭리 목적으로 생산한 마스크 28만장을 창고에 분산 보관한 부산 지역 제조업체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밖에 창고에 마스크 367만장을 빼돌린 업체 46곳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국민적인 혼란을 악용한 마스크 유통질서 교란 행위와 판매 사기 단속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단속 과정에서 확보한 마스크는 국민에게 유통될 수 있도록 공조할 것이니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경찰은 단속을 통해 확보한 마스크 639만장을 공적 판매처 등을 통해 유통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