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G20 정상회담서 논의될 대응책 미리보기

지난해 6월 열린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오는 26일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대책을 논의한다. G20 회원국 중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대부분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꺾인 한국과 중국이 주도권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모두 국제사회의 협력과 연대를 강조하며 각국이 축적한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의 빈 거리./사진=AFP

中, 자금력 앞세운 국제 협력 강조
시 주석은 전염병 발병 이후 각국 정상 및 국제기구 관계자들과의 외교에서 중국의 자금 지원과 정보 공유 등을 통해 국제 사회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에서 '우호적인 지원자'로 국제적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은 이 같은 내용의 대응책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중국신문망은 시 주석의 이 같은 전략이 '기(器) 술(术) 법(法) 도(道)'에 따른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매체가 소개한 기(器)는 물자 지원을 의미한다. 시 주석은 "중국 역시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품절 사태를 겪고 부족한 검사 키트 때문에 곤란을 겪었다"며 "이에 전염병 발생 국가 특히 위생 체계가 미흡한 국가의 제 1수요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중국은 한국과 일본, 이란, 아프리카 연합 등에 긴급 의료용 물품을 보냈고, 이탈리아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300명을 파견했다. WHO에도 2000만달러(246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전염병 발생 초기부터 쌓인 데이터를 세계 각국과 공유해 과학적 연구·기술(술·术)면에서 협력하겠다는 점도 내세우는 부분이이다. 시 주석은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감염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보하고 유전자 염기 서열 공유했다"며 "전 세계와 여러 건의 기술 문서를 공유하는 등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 정부의 통계자료는 불신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당장의 현안 해결을 위한 협력이 아닌 장기적으로 글로벌 공중 위생 안전 통제 체제(법法)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공중위생 안전이라는 큰 우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는 전 세계가 인류공동체(도·道)는 라는 점을 강조하며 각국이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오래전부터 인류는 운명 공동체 구축을 추진해야 한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증가하고 있는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 서문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한국, 봉쇄 아닌 국민 설득해 얻은 성과 공유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봉쇄조치 없이도 확진자 증가세를 둔화시킬 수 있었던 비결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각국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과 치유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임상 데이터를 국제사회와 적극 공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방역 체계는 최근 외국의 정치권과 서방 언론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고비를 넘긴 중국에서도 화제다. 중국의 온라인 신문인 더 페이퍼(thepaper.cn)는 "중국 이후 최악의 국가로 인식됐던 한국은 봉쇄조치가 아닌 설득을 통해 방역에 성공했다"며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투명한 정보 공개로 대중의 신뢰를 얻었고, 이는 대중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요건이 됐다"고 소개했다.

일찌감치 방역에 돌입한 것도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코로나19가 알려졌을 당시 한국은 이미 네 개의 기업이 검사 키트 장비 제조에 들어가 장비를 비축할 수 있었다. 이에 한국 내 전염병이 확산됐을 땐 키트 공급량을 늘릴 수 있었고, 검출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드라이브 스루(승차 전달) 방식의 검사는 시간 절약 등 효율성을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사례로 꼽힌다. 무료·저비용 검사, 의료물자 배분 등도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 외에 자가격리자 모니터링을 위한 GPS(위치추적) 장치 어플리케이션 개발과 국민의료보험 체계 등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사례가 다른 나라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처럼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대응을 했어야 하지만 이미 여러 국가에서 바이러스가 상당히 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NYT)는 "미국의 경우 이미 한국과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지 모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