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나발니 독살 의혹 부인하자…獨, 가스관 사업 중단 만지작

머니투데이

이지윤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최근 동향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의식불명에 빠진 나발니가 독일 내 실험 결과 옛 소련이 개발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됐다고 밝히면서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했다. 2020.09.03./사진=[베를린=AP/뉴시스]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운데)와 키라 야르미슈 대변인(앞 왼쪽)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나발니는 이후 공항에서 차를 마시고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독극물 중독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08.21./사진=[톰스크=AP/뉴시스]

독일이 독극물 '노비촉'(Novichok)에 중독됐다고 진단한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7일(현지시간) 의식을 되찾았다. 독일 내에선 나발니 사건을 계기로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어, 향후 독러 관계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즈(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샤리테 병원은 이날 성명에서 "나발니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기계적 인공호흡을 중단했다"며 "언어적 자극에도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독극물 중독으로 인한 장기적 피해는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모스크바로 향하는 기내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이후 독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고 이날 18일 만에 깨어났다. 독일은 여전히 독살 의혹을 배제하지 않으며 러시아에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독살 의혹은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며 해명에 응하지 않자, 독일에선 노르트스트림2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 서부 나르바와 독일 북부 그라이프스발트까지 1225km에 달하는 해저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에 미국의 제재 압박에도 노르트스트림2 건설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입장에도 변화가 보이고 있다. 메르켈 총리 대변인은 이날 노르트스트림2 중단 요구에 대해 "현 시점에선 어떠한 조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부 장관은 전날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2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바꾸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옌스 스판 독일 보건복지부 장관도 "사업 지속 여부는 러시아에 달렸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최근 동향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의식불명에 빠진 나발니가 독일 내 실험 결과 옛 소련이 개발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됐다고 밝히면서 러시아를 강력히 규탄했다. 2020.09.03./사진=[베를린=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