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애플카' 손 잡을까…K그린모빌리티 함께 달린다

팀 쿡 애플 CEO./ 사진제공=AP 뉴시스

불어오는 '애플카' 발 바람이 K-그린모빌리티(한국형 친환경차 기술)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 아니면 한 순간 순풍에 그치며 흐지부지될까.

애플카 출시를 선언한 애플이 현대자동차그룹에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며 한국산 친환경 미래차 기술 'K-그린모빌리티'의 실제 경쟁력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 (237,000원 ▼5,000 -2.07%)는 8일 "(애플과 전기차 관련 협력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다만 초기 단계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애플은 복수의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2차전지(배터리) 기술력 등에서 앞서는 한국 기업들과 협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기이자 기회, 현대차는 '팀 애플'이 될 수 있을까"이르면 2027년, 자율주행 기반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팩트가 없는데도 '애플카' 선언은 증권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여기에는 콘텐츠와 플랫폼, 자금력을 모두 갖춘 애플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애플 스스로도 애플카 성공을 자신한다.

그러나 증시에서 회자되는 스토리와 실제 완성차 산업은 다르다. 가장 큰 변수는 '생산'이다. 애플이 직접 완성차 생산라인을 깔고, 애플카를 만든다면 투자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게다가 공장 입지 확보와 생산인력 훈련, 품질 확보, 공급망 가동 등 추가 변수도 너무 많다.

물론 애플도 이를 잘 안다. 중국에서 아이폰 같은 주력제품을 양산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면에는 근로처우 문제와 품질 논란도 도사리고 있다.


더욱이 완성차는 핸드폰과 다르다. 애플의 완성차 생산기술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애플카 발표 초기부터 애플이 직접 생산보다는 OEM(주문자생산방식)과 외부제휴를 통한 위탁생산 쪽에 무게를 두는 건 이 때문이다.

완성차의 핵심 부품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직접 생산하긴 어렵다. 자율주행기술 및 배터리 등 일부 핵심 기술에만 애플의 직접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때문에 이 역시 OEM 등 협력사들로 이뤄진 '팀 애플'에서 맡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손 잡는다면 큰 위기는 곧바로 큰 기회가 된다. 자율주행 전기차 시장에서 애플과 맞붙을 준비를 하는 대신 든든한 우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설명대로 애플의 OEM 제휴 타진은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애플의 최종 결정 과정에서 현대차가 배제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한국 내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글로벌 경쟁상대 대비 현대차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 친환경 부품 생산능력을 확보한 데다 국내 기업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어서다.
'K-그린모빌리티' 삼두마차 급부상...애플 순풍에 돛 달까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 개막 하루 전인 6일(현지시간) '현대차 프레스 컨퍼런스'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인간 중심의 역동적 미래도시 구현을 위한 혁신적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

친환경 미래모빌리티의 3대 축은 △완성차 △부품 △배터리다. 이 3대 축은 하나 같이 한국의 경쟁력이 남다른 분야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수소전기차 생산기술과 능력 면에서 부동의 글로벌 1위다. 전기차 시장의 경우 세계 점유율 4위지만 올해부터는 생산능력을 더 늘린다. 올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본격 가동하며 글로벌 OEM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친환경차 생산기술 측면에선 어느 곳에도 밀릴 게 없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울산공장에 전기차 전용라인을 가동한다. 노조와 협의가 이뤄지는 대로 해외 공장에도 전기차 생산라인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에는 글로벌 혁신센터를 착공, 친환경차 중심의 도심형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착수하는 등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3대 축의 또 다른 하나인 전기차용 배터리는 두 말할 나위 없이 한국이 최고다.

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파우치형과 원형, 각형 등 각종 전기차용 배터리의 선두주자다.

이들 3사는 현대차그룹과 현대차, 기아차 (111,700원 ▼4,300 -3.71%)를 아우르는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애플이 현대차를 통해 전기차를 생산한다면 초기 배터리 협력에도 유리한 조건이다.

마지막으로 부품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남다르다. 하만을 통해 자동차 전장사업 확대를 본격화하는 삼성전자 (79,700원 ▼1,600 -1.97%)는 물론 마그나와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인 '엘지마그나이파워트레인'(가칭)을 설립하는 LG전자 (93,300원 ▼600 -0.64%) 등이 독보적인 전기차 부품업체로 클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인 친환경차 시장에서 한국 IT 기업들의 경쟁력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애플과 마그나 간 접촉설이 나오며 LG전자 합작사의 애플카 부품 공급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부품 기술력 면에서 이들 한국 기업은 부족함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LG전자는 2013년부터 자동차 전장사업을 이미 진행해 왔고, 이전에도 알짜 기업들을 M&A(인수합병) 하며 부품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