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포스트 코로나'…中 필수 소비 줄고 사치품 산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중국 베이징의 상업 단지 내에서 주민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놀고 있다./사진=[베이징=AP/뉴시스]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베이징=AP/뉴시스]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이지만, 지난해 "감염 상황이 대부분 통제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중국의 소비 행태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세계 소비 행태를 미리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지 거의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돈을 쓰는데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적극적인 코로나19 통제로 빠른 경제 회복을 이루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가계 소득 증가율은 13.7%로 올라갔지만, 소비 지출은 코로나 이전 상황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필수 소비 줄고 사치품 소비 늘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보수적인 저축 습관을 갖게 된데다가 여전한 바이러스 우려 때문에 지출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유층은 코로나19로 저축액이 늘어난데 반해 빈곤층은 실업 등으로 오히려 많은 돈을 모으지 못해 소비자간 격차가 커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중국 인민은행이 2만명의 예금자를 대상으로 올해 1분기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9%가 '저축을 늘리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19년 4분기(46%)보다 늘어난 수치다. 반대로 '지출이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22%로, 2019년 4분기(28%)보다 줄었다.

중국 남부 윈난성의 한 관광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리웨이야오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아직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객이 여전히 적은 편이고, 가게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예전만큼 구매를 하지 않는다"며 "대유행 이전 월매출이 2만위안었는데, 지금은 2000위안 정도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지금은 꼭 필요한 것만 산다"며 "나도 매번 스마트폰의 최신 모델이 나올 때마다 바꾸곤 했지만, 지금은 예전 휴대폰이 작동되는 한 계속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아주 기본적인 옷만 구입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4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7.7%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시장 예상 증가율인 25%보다 훨씬 낮았다. 블룸버그는 "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모두 약세로 돌아서면서 소비자 수요가 경제 성장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꺾었다"고 전했다.

중국 베이징의 상업 단지 내에서 주민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놀고 있다./사진=[베이징=AP/뉴시스]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수 소비재 구입을 줄였지만, 부유층은 쌓인 저축액을 부동산 및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했다. 블룸버그는 "고급 승용차 판매량이 중급의 세단 수요를 앞질렀다"고 전했다.

홍콩 보콤 인터내셔널의 연구 책임자 하우 홍은 "소비자들의 (사치품 구입 패턴이) 확실히 눈에 더 띈다"며 "중국 쇼핑몰 명품 매장 밖에 길게 늘어선 행렬이 이러한 관측을 확인시켜준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지난해 소득 하위 40%의 소비자들이 부유층보다 소득 증가에 더 큰 타격을 입었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부유층 소비로 인해) 올해 소매 매출이 연말쯤엔 약 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장에 직접 가서 구매하는 오프라인 쇼핑보다 온라인 쇼핑으로의 전환도 가속화됐다. 블룸버그는 "수요가 아니라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과도기 소비 주춤하지만 올연말 이후 회복"

전문가들은 중국의 소비 패턴이 코로나 이후 전세계적으로 나타날 소비 패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봤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도기'인만큼 소비가 주춤할 순 있지만 올해 연말 이후엔 완전히 정상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전체 국민의 40% 이상이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다"며 "(양호한 접종률에도) 이에 불구하고, (경제)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은 모든 (경제지표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며 "낮은 실업률과 증가하는 수입은 소비를 뒷받침하지만 코로나19대유행과 구조적 제약 등 관련된 불확실성이 회복 속도에 제한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말쯤엔 코로나19 유행 전의 소비 추세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욕 콜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중국 전문가 샹진 웨이는 "소비 증가율이 GDP성장률보다 강력하지 않다는 것은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니다"며 "충분한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있는만큼 곧 소비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푸링후이 통계국 대변인은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바이러스는 잘 통제되고 있는만큼, 소비는 계속해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