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CJ대한통운 택배기사 1700명 총파업…올해 4번째

CJ대한통운 노조가 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택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작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내 택배업계 점유율 1위 CJ대한통운 택배 기사들이 오늘(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 올해 들어 4번째 파업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이날부터 당일 배송 등 과로 유발 계약서 조항을 철회하고, 택배요금 인상분에 대한 이익금 배분을 개선하라고 촉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다.


CJ대한통운은 올해 3분기(6~9월) 기준 국내 택배시장에서 점유율 48%를 차지한다. 다만 CJ대한통운 택배근로자 2만여명 중 쟁의권이 있는 조합원 1700여명만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연말 물류 대란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갈등의 핵심은 CJ대한통운 대리점과 택배기사가 위탁계약을 맺기 위해 만든 표준계약서에 담긴 부속합의서다. 국토교통부의 법적 검토 및 승인을 받은 표준계약서에는 △택배사 갑질 금지 △손해배상 책임 △주 60시간 내 작업 노력 △심야배송 금지 등이 담겼다.

부속합의서는 △당일 배송 △주6일제 △토요일 배송 등 그동안 별도로 계약서 등에 언급되지 않았던 노동 행위도 정식으로 규정했다. 논란이 되는 업무 행위를 양성화해 과로사를 초래할 수 있는 부당한 노동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노조 측은 해당 내용들이 과로를 더 유발할 수 있다며 철회하라는 입장이다. 이에 CJ대한통운은 "주당 작업시간 60시간 이내라는 전제조건은 60시간을 넘겼을 경우 당일과 주말 배송 등을 안해도 된다는 의미"라며 "과로를 방지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어긴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노조 측은 또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처우개선 명목으로 택배요금을 올해 인상했지만 분배가 적절히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택배요금이 지난 4월 170원 인상됐지만 51.6원만 사회적 합의 비용으로 사용했다"며 "내년 100원을 추가 인상하고 그 중 70~80원을 원청이 가져가면 이윤이 30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했다.

CJ대한통운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택배비 인상은 170원이 아닌 140원이고, 인상폭과 관계없이 전체 택배비의 약 55%가 택배 기사에게 돌아가 1인당 연간 평균 세후 소득도 업계 최고수준인 약 6450만원이라는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3000억원도 근거 없는 수치"라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비롯해 여러 이해 관계자에 지불하는 비용도 필요한데 이를 계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노조 측은 "170원은 기사들이 직접 운임비를 확인할 수 있는 사내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평균치를 맞춘 것으로 추측한 내용이 아니다"며 "택배비의 55%가 기사들에게 배분되지도 않는다. 또 근무시간을 측정하는 방안도 없는데 '60시간 이내'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경영계는 이번 파업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7일 "택배노조는 올들어 이미 세 번의 파업을 강행했고, 정부 및 정치권의 개입과 사회적 합의가 매번 뒤따랐다"며 "그럼에도 택배노조는 연말연시 성수기의 택배 물량을 담보로 자신들의 요구사항만 관철시키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시대적 노동운동 발상에서 비롯된 파업에 공감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택배노조가 특정 개별기업을 빌미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에 피해를 불러올 파업을 철회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