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할라" 러시아 증시 이번주도 쉰다…역대최장 3주

러시아 모스크바 증권거래소. /사진=블룸버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4일(현지시간) 19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모스크바 주식시장이 또 문을 닫는다.

야후파이낸스·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의 휴장 기간을 오는 18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부터 3주 연속 휴장으로, 러시아 주식시장 역사상 최장기간 거래 중단이다. 다만 외환,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등의 거래는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모스크바 증권거래소의 연이은 휴장 결정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과 서방의 제재로 인한 투자자들의 강한 매도세에 따른 시장 내 자금 유출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주식 거래 중단 속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 서방 주식시장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의 주가는 폭락하고 있다"며 러시아 주식시장의 폭락장이 이미 예고됐음을 시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러시아 증시의 대표지수인 모엑스(IMOEX)지수가 무려 33.3% 급락했다가, 다음날인 25일엔 20.04% 급등했다. 하지만 서방의 강력한 제재 움직임에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시장이 요동치자 이에 대응하고자 '거래 중단'이란 최후의 방법을 선택했고, 갈수록 높아지는 서방의 제재에 따라 휴장 기간을 연장해왔다.

또 러시아 중앙은행은 주식시장 휴장 기간 루블화의 외화 환전을 오는 9월까지 중단하고, 달러 인출도 1만달러로 제한하는 등의 외화유출 방지 대응책을 내놨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멈추지 않는 공격에 서방의 제재 강도도 높아져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번 연장 결정은 글로벌 금융기관 및 국제사회의 러시아 국가부도 위기 전망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날 미국 CBS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는 "러시아가 빚을 갚을 돈은 있지만, (제재로 인해) 접근할 수 없다"며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과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앞서 러시아가 달러 표시 채권 1억1700만달러(약 1288억원)의 이자 지급 만기일인 오는 16일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러시아는 16일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를 포함해 달러화 국채 이자 7억3100만달러를 이달에 지급해야 한다. 4월에는 원금 20억달러, 이자 1억2900달러를 갚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러시아의 외화보유액은 6430억달러로 빚을 갚기 충분하다. 하지만 서방의 제재로 대부분 자금이 동결된 상태로, 대부분의 외화보유액 사용이 불가한 상태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최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전체 외화보유액 중 3000억달러가량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