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에 투자 발표 미룬 中 CATL, K배터리 북미시장 주도권 죈다

(서울=뉴스1) =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행(오른쪽 아래)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번 면담은 당초 대면 면담이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화상으로 전환됐다.(조 바이든 트위터)2022.7.27/뉴스1

미국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찾으면서 장시간 대립해온 미·중 관계가 더욱 악화일로를 걷는 모양새다. 대만 일대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양국의 경제대립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의 K배터리 주도권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최대 배터리기업 CATL의 북미 투자계획 발표가 연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관계가 민감해진 시기 투자계획을 발표했다가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해당 투자 철회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중국 기업의 한계가 드러난 계기라 평가했다.


CATL은 테슬라·포드 등에 공급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미국·멕시코 등지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2025년 7월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가 발효되면 미국·캐나다·멕시코 내 생산 비중이 70%를 넘겨야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역내 생산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CATL의 움직임은 그간 국내 배터리 기업에 위협으로 다가온 게 사실이다. 북미·유럽·중국 등이 글로벌 3대 전기차·배터리 시장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차별정책으로 국내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이 제한된 가운데, CATL은 자국내 성장세를 바탕으로 유럽공략에 고삐를 쥔 상태며, 이제 북미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3사는 유럽시장에서의 선점효과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대대적인 북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독자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제네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크라이슬러 모회사) 등 북미 3대 완성차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배터리 합작사(JV)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

(핑탄 AFP=뉴스1) 박기현 기자 = 4일 대만과 인접한 중국 남부 푸젠성 핑탄섬에서 중국의 군용 헬기가 지나가고 있다. 중국군은 이날 낮 낸시 펠로시 미국 국회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실상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진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북미를 안방 삼아 유럽을 포함한 국제무대서 중국과 경쟁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CATL이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뒤이어 테슬라·포드 등과 공급계약을 서두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구상에 위협이 됐던 게 사실이다.

업계는 이번 CATL의 투자발표 계획 연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미·중 갈등 양상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이 절실한 완성차업계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면서 "주요 배터리 기업들의 케파 확대와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가 마무리되는 2030년까지 완성차업계의 1순위 목표는 안정적인 배터리 조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가 북미시장 뿐 아니라 동맹 국가에서 속속 퇴출됐던 전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인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CATL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할 여지가 커, 이에 대한 대비책을 고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 배터리를 포함한 반도체·희토류·의약품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품목의 공급망 관리를 100일간 진행토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고, 중국이 가지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생태계 주도권을 미국이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면서 "양국 갈등이 심화될수록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장해온 CATL에 대한 견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