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오면 '규제 개선'도 속도 붙겠죠?"…공정위, 신규예산 포함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추진할 최우선 과제로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규제의 개선을 꼽았다. 이를 위해 '경쟁영향평가'를 위한 5억원의 신규 예산을 국회에 요청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장기간의 수장 공백으로 본연의 경쟁 촉진 역할에 미흡했던 공정위가 규제 개혁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을지 관심이다.

14일 정부의 '2023년도 성과계획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내년 재원 배분의 전략목표를 △시장 혁신경쟁 촉진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공정한 기회 보장 △소비자 권익 보호 등 3개로 선정했다. 정부 각 부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매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성과목표 관리를 위한 성과계획서를 첨부한다.

공정위는 첫 번째 전략목표인 시장 혁신경쟁 촉진과 관련해 "신기술 기반 시장 형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등으로 규제의 신설·개편 수요가 증가하면서 경쟁제한적 규제 감시의 중요성 커졌다"고 밝혔다. 이어 "진입 규제, 영업활동 제한 등 사업자 간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적극 발굴·개선해 일자리 창출과 소비자 후생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경쟁영향평가 사업을 위한 5억900만원 규모 신규 예산을 내년 예산안에 담았다. 경쟁영향평가는 정부 부처의 각종 규제가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검토해 불필요한 규제가 신설·강화되지 않도록 의견을 제시하고 대안을 권고하는 제도다. '산학연 협업 형태의 경쟁영향평가센터 구축'은 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공정위는 당장은 별도 센터 구축이 어렵다고 판단, 경쟁영향평가를 위한 외부 연구용역 비용을 예산안에 포함했다. 지금은 경쟁영향평가가 필요한 경우 전체 연구용역 예산 중 일부를 활용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관련 사업 강화를 위해 별도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규제의 전문성·기술성이 높아지고 있어 정성적 평가만으로는 규제가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제대로 분석·평가하기 곤란하다"며 "신기술·융합기술 기반 시장 형성, 플랫폼 경제 전환 등에 따라 도입되는 규제에 대한 전문적 평가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쟁영향평가 운영체계 전면 개편, 전문 규제 분석 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02.

공정위는 최근 '경쟁제한적 진입규제·영업활동규제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등 규제 개선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연구는 금융·건설·교통 등 분야에서 독과점 시장구조를 생성·유지하거나 자유로운 사업 활동을 제약하는 경쟁제한적 규제 20건 이상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공정위 수장 공백이 해소되면 규제 개혁 작업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 정부가 규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음에도 정작 시장경쟁 촉진 주관 부처인 공정위는 '리더십 부재'로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공정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정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국회는 지난 2일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아직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지난달 1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혁신을 통해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