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살 때"…국민연금 등 저가매수 나서

코스피지수가 급락을 거듭해 1650선마저 붕괴된 가운데 국민연금, 펀드 등 `큰손'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발 충격이 여전히 시장에 어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한국 시장의 펀더멘털과 기업의 양호한 실적이 계속될 것이란 낙관론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현 수준에서) 주가가 빠질수록 주식을 사 모은다"는 방침 아래 지난 16, 17일 2일간 3000억원의 주식 매수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지수가 125포인트 하락한 16일의 경우 직접운용 1000억원, 위탁운용 1000억원씩을 집행했다. 17일에는 직접 운용자금으로 1000억원을 추가 집행했다.


오성근 국민연금 운용본부장은 "지난 7월까지는 연초대비 주가가 너무 올라 주식 자금 집행을 '스톱'하고 있었다"며 "최근 주가 급락에 따라 주식 투자비중이 낮아져 투자 여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설정한 국내 주식투자비중 목표치는 13.6%이며 투자허용범위는 ±3%다. 주가 전망이 밝을 경우 최대 16.6%까지 비중을 높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망이 나쁠 경우에는 10.6%까지 낮출 수 있다.
　
오 본부장은 "더 빠지면 더 사겠다"며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주식을 추가로 매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학연금도 지난 16~17일간 주식 3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이세우 사학연금 주식운용팀장은 "16일 폭락장에서 150억원 정도를 사들였고 17일에도 그 정도 매수했다"며 "그 동안은 급격히 오른 가격 때문에 부담이 컸지만 향후 1600선 밑으로 떨어질 경우 매수 강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가치주 펀드매니저들도 최근 좋은 주식을 사들이기에 나섰다. 가치주펀드는 중장기 투자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현 주가 수준을 `저점'으로 판단, 적극적인 매수에 주력하고 있다.

허남권 신영투신운용 상무는 "요즘 주식을 많이 사고 있다. 최소 1년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면 지금이 주식을 싸게 살 기회"라고 말했다. 허 상무는 "서브프라임 유동성 위기와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은 크게 관계되지 않는다"며 "주가가 더 빠지면 더 많이 사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상무는 지난 16일 1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샀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좋은 주식을 고르느라 바쁘다"며 "지금 같은 장세에서도 소외됐던 주식이나 저평가된 주식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