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인프라 재정투입 공식화..'부담 우려'

'10.4 남북공동선언' 경제협력 사업과 관련, 정부가 철도·도로 보수 등 북한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에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예산에 책정된 남북협력기금 만으로 사업비를 충당할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최소 2조원대의 자금투입이 예상돼 재정압박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8일 "북한에 대한 인프라(SOC) 지원과 인도적 지원은 재정으로 담당토록 하겠다"며 북한 SOC 개발에 재정을 직접 투입할 뜻을 확인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5일 간부회의에서 "북한내 일부 도로, 철도 공사 등의 인프라 구축에 재정자금의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0.4 선언'을 통해 추가된 북한 SOC 개발 사업은 크게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해주항 확장 △안변 및 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4가지 사업에만 약 23억달러, 원화로 2조1000억원(8일 원/달러 환율 914.6원 기준)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우선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에만 1조4000억원이 필요하다는게 연구원 추정이다. 현재 개성-신의주 철도는 노후화로 운행 속도가 떨어져 보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에도 2800억원 △해주항 확장과 안변 및 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을 위한 SOC 구축에 각각 2800억원, 1400억원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개성공단 2단계 사업과 해주 경제특구 건설 과정에서 SOC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치면 재정 부담은 더 커진다.
　
이처럼 북한 SOC 개발에 재정투입이 불가피해지면서 재정 압박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진화에 나섰다.

권 부총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남북경협에 재정이 들어가는 것은 아주 소액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범위"라고 밝혔다. 권 부총리는 민간 투자까지 합할 경우 50조원이 넘는 재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일부에서 경협 재원으로 추정한 것과 합의한 내용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경협사업이 (민간기업의)상업적인 베이스에서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장 장관은 "정상회담에 따르는 재원 소요는 아직 확실히 말할 수 없지만 남북 경제협력 재원을 위해 목적세를 신설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기 기획처 재정운용실장은 "대북 투자는 남북협력기금 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기금안에서 남북협력기금의 사업비로 9118억원, 여유자금으로 4313억원을 잡아뒀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남북협력기금에 7500억원을 출연하고, 이후 2011년까지 매년 6500억원씩을 출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