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죄 없으면 당당히 조사받아라"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이 차명의심계좌 수사와 관련, 특검의 소환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참고인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30일 정오 조준웅 특검 등 특검팀 관계자들은 일부 언론사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차명의심계좌 수사를 위해 삼성그룹 임직원들에게 출석요구를 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사정을 이유로 소환에 응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애로를 털어놨다.

이 자리에서 한 관계자는 "(참고인들이)바빠서 못 온다고 하는데 죄를 짓고 그 증거를 없애려고 장부 숨기고 다 꾸미고 그러느라 시간이 없는 거지 떳떳하면 왜 조사받을 시간이 없다는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수사대상자들의 출국금지 해제 요청과 관련해 "출금 해제를 요청한 사람들에게 특검 수사에 협조해주면 풀어주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수사대상이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봐 걱정하는데 그 게 무슨 대수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화재 압수수색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우리가 들어가서 증거를 딱 잡고 컴퓨터 화면을 촬영하려고 하는데 한 직원이 자료를 막 지우고 있었다"며 "막말로 서류를 찢어서 먹는 것과 같은 행위"라고 삼성 측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압수수색 당시 자료를 지운 직원들은)원래 전부 증거인멸로 구속시켜야 한다"며 "하지만 여기서(특검) 그렇게까지 할 수야 있겠느냐"고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특검팀 윤정석 특검보는 앞서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삼성 측은 삼성화재 압수수색 당시 전산서버에 접속해 자료를 훼손하기도 했다"며 "(삼성 임직원들이)좀 더 성실한 자세로 특검 수사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당초 4명의 계열사 임원들을 소환해 차명의심계좌 개설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3명이 다양한 이유를 들어 출석하지 않는 등 최근 잇단 참고인들의 출석거부로 정상적인 수사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