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株, 후퇴하는 자통법에 '추풍낙엽'?

증권주가 최근 상승세를 접고 중단기 하락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 우려를 딛고 상승세로 반전하는 듯 했지만 '국내 돌발악재'를 만났다.

증권주는 31일 일제히 추풍낙엽처럼 2~5%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시장이 장 막판 뒷힘을 발휘하며 상승마감했지만 증권주는 힘없이 무너졌다.


이날 언론을 통해 금융당국의 '금융투자회사 자기자본금' 규모 확정안이 알려지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과 관련해 종합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의 자기자본금을 당초 '1조원 이상'에서 '200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증권·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그대로 금융투자회사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장효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최근 상승세에 따른 차익매물 출회, 경쟁격화에 대한 우려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수·합병(M&A) 활성화, 대형화 추진 등 '장기 호재'가 이번 금융당국의 자기자본 하향조치로 오히려 '악재'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이어 "중장기 잠재호재가 이번 발표로 힘을 발휘하기 힘들게 됐다는 부정론이 나오고 있다"며 "향후 증권주는 M&A 재료 노출 등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 현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신흥증권 (9,220원 ▲120 +1.32%)(현대차IB증권으로 개명 확정)은 이날 적극적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할 것이란 평가를 받으며 상승, 대조를 보였다. 이날 임시주총과 이사회를 거쳐 현대차IB증권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게 된 박정인 현대기아차 수석부회장은 주총 후 기자를 만나 "향후 성장전략을 통해 국내 굴지의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증권사 M&A 테마'는 증권주를 떠받치고 있던 핵심 재료 중 하나다. 각 증권사들은 실제 "자통법 시행 이후 △대형화 △전문화 △글로벌화 없이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저마다 암중모색의 길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업무 인가 대상을 무려 대분류 3개, 소분류 42개로 세분화하는 등 현행 증권사들에게 '퇴로'와 '인공호흡기'를 제공키로 함에 따라 자통법 시행의 기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다.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방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일단 그냥 넘어가고 보자'는 생각을 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거래 대금 감소 추세, 국민은행 등의 증권업 진출, 증권사간 경쟁격화 등으로 가뜩이나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또다른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고 말했다.